[도전과 창조] 파라다임

『품질면에서 디지털 무비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작품의 수정 및 복제, 특수효과 처리면에서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우수하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고요.』

디지털 애니메이션과 디지털 무비를 이야기할 때 파라다임(대표 엄태평)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 분야에 관한한 국내에서 파라다임만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선보였던 국내 애니메이션 중 컴퓨터그래픽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가미됐던 작품치고 이 업체의 손이 닿지 않았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디지털에 관한 한 파라다임의 비중은 크다.

지난 93년에 선보였던 「블루시걸」의 타이틀 및 20여분의 컴퓨터그래픽, 효과부분을 비롯해 올 초 개봉됐던 「아마겟돈」의 컴퓨터그래픽 촬영부분 등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떠들썩했던 부분들은 모두 파라다임의 손을 거쳤다.

시중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지난 95년 국내 최초의 디지털 무비로 기획됐던 「제네시스」와 현재 쌍용그룹에서 준비 중인 디지털 애니메이션 「전사라이안」도 파라다임의 작품들이다.

『사람이 그린 그림을 스캐닝해 컴퓨터상에서 작품을 채색, 합성합니다. 이를 다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후 편집하는 과정을 거쳐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완성되지요.』

엄태평 사장은 「기존 아날로그 시스템들과 달리 디지털 시스템으로 작품을 만들 경우 기술집약도가 높은 양질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어 애니메이션 강국들과의 기술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며 디지털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지난 91년 컴퓨터그래픽 연구팀으로 출발,미개척 분야라는 위험성을 안은 채 엄 사장이 이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다 이같은 확신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도전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파라다임은 올해 고성능 애니메이션 제작시스템 개발부문의 국책 연구과제 사업자로 선정된 데 이어 오는 97년에는 게임 및 가상현실 제작시스템 개발에 관한 국책연구과제 사업자로 예비선정되는 기회를 거머쥐었다.

2차원 그래픽은 물론 3차원 그래픽까지 모든 영상부분에 대한 기술을 인정받은 쾌거였던 것.

최근에는 프랑스의 한 회사로부터 공동기획 제의까지 받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엄 사장은 흐뭇해했다.

『디지털의 가장 큰 취약점은 장비가 고가라는 점입니다. 제작에 필요한 디지털 카메라만 보더라도 1대에 1억이 넘으니까요. 작품 제작비용을 아날로그의 가격으로 낮추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난 95년 파일러트 프로그램으로만 머문 채 미완성으로 끝난 국내 최초의 디지털 무비 「제네시스」도 다 이 제작비용 때문에 야기됐던 문제였다.

하지만 장비 가격이 계속 인하되고 있어 제작비 절감도 시간문제라며 엄사장은 낙관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컴퓨터를 이용할 경우 기존에는 10명 정도의 인원이 필요한 작업도 1명이 처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장비 비용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라다임이 디지털 무비를 통해 천하를 재패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