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패권 향방
DVD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전자업체들의 패권 다툼이 앞으로 한결 치열해질 전망이다.
DVD플레이어의 상품화를 시작으로 일본업체와 유럽업체, 그리고 한국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는 DVD시장 패권을 향한 경주가 시작됐다.
일단 일본업체들이 DVD시장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뛰어난 기술수준을 바탕으로 DVD통합규격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활을 해왔고 생산기술 또한 세계 일류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업체 가운데에서도 소니와 마쓰시타전기는 DVD시장의 패권을 향해 앞질러 나가고 있다. 두 회사는 막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AV시장에서 누리는 영화를 DVD시대에서도 이어가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네덜란드의 필립스를 비롯해 일본의 도시바, 파이어니어, 히타치, 미쓰비시, JVC 등은 DVD시장만큼은 결코 두 회사에 내줄 수 없다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한국 업체들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DVD시장에서 소니와 마쓰시타, 그리고 필립스가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세 회사는 모두 기존 AV시장에서 강력한 기술력과 자본력에다 높은 브랜드 지명도를 갖고 있다.
마쓰시타는 가장 먼저 DVD플레이어를 상품화하는 등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세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기술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가격경쟁이 치열할 DVD플레이어시장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대목이다.
소니의 경우 DVD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장 많이 갖고 있고 미국의 소니엔터테인먼트사를 소유하고 있는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면 마쓰시타는 할리우드의 영화사인 MCA사를 매각함으로써 소프트웨어부문에서 소니에 뒤지고 있다.
그렇지만 두 회사는 DVD플레이어를 비롯해 광디스크와 소프트웨어까지 DVD 관련제품을 모두 자체 생산하는 능력을 갖춰 DVD시장을 이끌 선두주자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다.
이들 2강 체제에 도전할 수 있는 업체로는 필립스가 있다.
이 회사 역시 소니와 마쓰시타처럼 DVD관련제품을 두루 자체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오디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어 DVD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오디오시장에서는 필립스의 독주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이들 세 회사에 비해 나머지 업체들은 얼마간 힘과 기량에서 밀리고 있다.
일부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 뛰어난 업체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지만 광학계의 초해상기술(산요, 파이어니어, 미쓰비시전기), 가변부호화기술(JVC), 광원의 단파장화기술(파이오니아) 등 독자적인 DVD기술을 갖고 있어 선두업체를 견제하는 구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진업체들이 벌이는 패권 경쟁의 틈을 한국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생산기술을 제외하고 원천기술력과 자본력 모두 이들 선진업체에 뒤처지는 편이다. 브랜드 지명도는 더욱 떨어진다.
그렇지만 생산기술면에서 선진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올라섰고, 소니 마쓰시타 필립스처럼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DVD시장에 두루 발을 걸쳐놓아 종합적으로 DVD사업을 펼칠 수 있다.
또 원천기술에 대한 투자도 강화하고 있어 차세대 DVD인 DVDR가 나올 2000년께에는 한국업체들도 상당한 기술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이때까지 우리나라업체들이 가격경쟁이 치열할 DVD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가전업체들은 DVD 세계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일본과 유럽업체의 제품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것만 해도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DVD시장이 성장기로 접어들 2000년까지 외국업체들과 시장을 나눠갖는 체제를 유지하고 이후 성숙기 시장에서 선두 업체와 패권다툼을 벌이는 수준까지 올라선다는 게 국내 가전업체들의 전략 목표다.
국내 가전업체가 이번에 처음으로 DVD플레이어를 선진업체와 거의 동시에 상품화하고 나선 것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인 셈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