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반도체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반도체경기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면서 그동안 주춤했던 대그룹사의 반도체사업 신규참여 움직임이 또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 성우, 동부, 대우, 삼미 등 그동안 반도체시황 위축과 투자리스크 부담 등을 이유로 반도체사업 신규진출을 보류하거나 사실상 백지화해 왔던 국내 대그룹사들이 최근들어 반도체소자, 재료 시장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거나 연내 참여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반도체시장 참여의 최대 변수였던 반도체시황이 97년 이후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각사별로 주력사업으로 육성 중인 정보통신사업의 기반확충을 위해서는 반도체사업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첨단 그룹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는 물론 수익성 면에서도 아직까지 반도체 관련사업을 앞지르는 품목이 없다는 점도 반도체 사업 재추진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의 위성그룹인 성우그룹이 최근 총 2천억원을 들여 아남반도체기술과 손잡고 반도체 핵심재료인 에치드 리드프레임을 생산키로 한데 이어 한화그룹도 2000년까지 총 5조원을 투자해 기존에 검토해 왔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더리)이 아닌 통신, 산업용 화합물 반도체 및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동부그룹도 지난 5월부터 LG출신의 강경일 전무를 영입해 「S프로젝트팀」을 구성, EP롬을 주력제품으로 한 메모리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간 물밑에서 꾸준히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참여를 추진해온 대우전자도 최근 연내까지 싱가포르, 일본, 영국 등 3각 해외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SGS톰슨, 산요, TI 등 제휴업체와 막바지 절충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각각 美IDT 및 IPEC社와 제휴해 비메모리 반도체와 웨이퍼 폴리싱 장비인 CMP시장 진출을 모색했다가 반도체 경기불투명을 이유로 백지화했던 일진그룹과 동양그룹도 최근 장비와 재료분야로 방향을 전환해 사업 재추진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화합물 반도체 분야에서도 삼미그룹, 수산그룹, 광전자그룹 등 중견그룹들의 신규참여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데 특히 유망시장으로 꼽히는 청색 LED시장 선점을 위해 그룹별로 늦어도 내년 초까지 각각 용인, 마산, 정주등 기존 조립라인 인근에 생산라인 구축, 이 시장에 본격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