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ERP)패키지 수요가 급증하고 외국 유명 ERP 공급업체들의 시장 선점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ERP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ERP 패키지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우선 기업재구축(BPR)을 통해 경영환경의 변화를 적극 수용하려는 자세가 밑바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ERP가 이미 구축되거나 예정인 인터넷, CALS, EC, EDI 등 정보인프라를 적극 활용할수 있어 기업 경영의 표준화를 이끌어 낼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 공급되는 ERP패키지는 대부분 독일의 SAP과 미국의 오라클 등 외국회사가 외국기업 실정에 맡도록 개발한 것으로서 독특한 국내 기업환경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높았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 실정에 맞는 한국형 ERP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경영정보시스템(MIS) 패키지 개발업체들과 수요자로서 한국형 패키지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다.
MIS개발업체들은 특히 외국 유명 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에 적극 대처하는 한편 최근 국내 기업들의 패키지 도입열기를 끌어들일 경우 중소 기업고객 등 틈새시장 공략에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경우 EC나 EDI등 세계적인 전자거래의 표준화 추세에 국내 중소기업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중소기업형 ERP 시스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앞서 한국시스템통합연구조합(이사장 장석현)은 최근 「한국형 기업자원관리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과제내용을 통상산업부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 신규과제로 제안해놓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현재 한국형 ERP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하기 위한 심사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시스템연구조합은 이 제안서에서 『ERP 패키지를 통한 경영재구축의 추세에 따라 외국 관련제품의 무제한 수입이 예상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외국산 ERP패키지는 경영관리 및 시스템기술의 예속화와 외화 유출을 비롯,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적합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시스템연구조합은 이에따라 『오는 99년 국내 ERP 수요가 적용서비스를 포함, 최소 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형 ERP 패키지 개발을 통해 기업에 조기에 적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관련, 한국시스템연구조합은 조립가공형태의 제조회사를 한국형 ERP패키지 개발 모델로 선정해 우선 프로토타입과 적용방법론, 툴키트, 표준업무절차 및 관리모형 등을 우선 개발하자는 방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제안서 작업을 주도한 한국시스템통합연구조합의 송태의 부장은 『국가나 기업의 기간 정보기술은 국산 기술로 확보해야 한다』며 『ERP의 경우 기업의 정보인프라라는 측면에서 국산화가 절실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외국에 종속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며 『운영체계나 데이터베이스 등 기반기술이야 어쩔수 없다해도 응용 소프트웨어 만큼은 우리 자체의 기술력 배양과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며 향후 동남아 등 외국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위해서도 절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ERP시장은 시장형성기에 돌입해 있어 앞으로 2∼3년후면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지금부터 우리 기업실정에 맞는 제품의 개발에 착수, 응용 소프트웨어의 꽃이라는 ERP 패키지의 독자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RP 패키지는 컴퓨터 기술과 경영기술이 조화된 차세대 정보인프라로써 향후 기업경쟁력 확보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을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한국형 ERP패키지의 개발을 산학연 공동과제로 추진, 정부 차원의 적극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