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영상기록매체인 디지털 다기능디스크(DVD)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됐다.
DVD는 TV에 접속해 영상을 재생할 뿐 아니라 PC기억장치, 게임기, 자동차항법장치 등에 폭넓게 적용돼 오는 2000년에 기기의 수요가 1억2천만대, DVD롬 구동장치 시장규모는 4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금세기말 최대의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DVD시장에 대한 전망은 이달초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에서 열린 일본 최대의 종합전자전시회인 일본전자전과 뒤이어 서울에서 개최된 한국전자전의 출품동향과 참관인들의 DVD플레이어에 대한 높은 관심이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일본전자전에는 도시바, 마쓰시타전기, 히타치제작소, 소니, 파이어니어 등 샤프를 제외한 가전관련 8대 업체가 모두 출품했다. 특히 표준규격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도시바와 소니는 이번 한국 전시회에서도 열띤 경합을 벌였다. 도시바는 15대의 DVD플레이어를 전시, 이 분야 맹주임을 과시한 반면 소니는 2대를 출품했으나 DVD규격이 CD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들은 DVD용 칩세트를 비롯한 DVD롬장치 및 광헤드, 광학부품 등 핵심기술을 선보였다.
이에비해 비록 이번 한국전자전에서 발표된 DVD플레이어는 일본보다 적었지만 국내 관련업체와 참관자들이 보인 기대와 관심은 일본 못지않게 높았다.
따라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DVD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써부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소니필립스 진영과 대결했던 도시바를 비롯한 마쓰시타, 파이어니어, 히타치 등 4개 업체들은 이달말 또는 다음달초부터 DVD플레이어를 판매할 예정이다. 소니와 필립스는 통합규격에 따른 DVD제품을 내년 봄에 상품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과 일본의 영화업체들은 플레이어 발매에 맞춰 소프트웨어의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美 반도체업체인 LSI로직은 최근 DVD플레이어용 단일칩을
개발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삼성전자가 최근 국내 처음으로 DVD플레이어를 상품화해 다음달부터 시판할 계획이며 LG전자도 올 연말께 시판을 목표로 양산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또 현대전자와 대우전자는 내년봄 소니가 제품을 출시하는 시기에 맞춰 DVD의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가전업체들은 이미 영상재생용 기기로서의 DVD기술을 거의 확보해 놓은 상태이고 국내 일부기업들도 DVD기술의 상당부분을 확보해 제품개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확보한 기술을 상품화하는 데는 아직도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상품화하려면 저가격,적정 수준의 성능 및 기능, 안정성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설계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제품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광픽업, DVD칩과 같은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최근 일본과 구미 가전업체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 DVD기술 개발과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광픽업, 신호처리기술과 같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선진업체들보다 기술력이 뒤지는 국내업체들은 생산기술 확보를 통한 시장선점도 필요하지만 원천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국내업체들은 품질검사, 전자파장해, 안전규격 등과 같은 규격은 물론 특허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니, 필립스, 도시바, 마쓰시타를 비롯한 특허보유 10개업체들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특허사용료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최악의 경우 10개사 연합이 와해되면 특허료를 개별회사들과 직접 협의해야 하는 사태에 대해서도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의 특허공세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업체들이 공동전선을 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무리 저가의 상품을 생산해 낸다 하더라도 고율의 특허료를 지불한다면 시장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