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은 우리나라 가요사에서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일제(日帝)가 남겨놓은 악습으로 반세기 가까이 끌어온 음반 사전심의제도가 사라진 것. 이로 인해 적어도 가요는 국가기관(공륜)으로부터 독립, 「자유창작」의 시대를 맞이했다.
음반심의 폐지 이후 4개월째를 맞은 현재까지 이에 따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사랑타령으로 일관해 온 기존의 가요 소재가 다양화해 강산에의 「삐따기」, 패닉의 「밑」과 같은 앨범들이 생산되는 등 사전심의 폐지가 가요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가요앨범들이 질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우리나라 사회 일반의 인식과 크게 어긋나 문제화한 경우도 아직 없다. 가수 및 제작자들이 자유를 즐기면서도 책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사회문제만 안됐을 뿐 심의 폐지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음반들이 민간의 모니터링을 받고 있고 민간에 의한 사후제재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제기됐을 때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민간에 의한 자율심의 및 제재가 필요조건임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도적인 장치로 묶어내는 데 있어서 官, 民 모두가 소홀했다.
때문에 몇몇 음반들의 경우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 예로 패닉의 2집앨범 「밑」은 거친 숨소리와 씹는소리 등으로만 구성된 노래도 있다. 노골적인 묘사와 주장을 펼치며 심지어는 욕설까지 등장한 가사도 있다.
『한국가요의 새로운 시도』라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각을 달리한 일부 비평가들은 패닉의 신곡 「벌레」 「마마」 등에 등장하는 『일단 때리기만 하는 당신은 더럽고 둔한 짐승/저런 냄새나는 것들을 우린 존경하는 님이라 부르고』, 『너의 비린내 나는 상한 혀가 역겨워/나를 끝도 없이 쭉 빨아 너덜거리는 껍질만 남을 때 변기통에 뱉겠지』 등의 가사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한 「UFO」와 같은 곡은 심판의 날을 부각시키며 「어릿광대의 세 아들에 대하여」는 복수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유창작을 빌미로 한 음반의 거친 묘사를 적절히 통제할 민간단체의 등장과 음반판매에 따른 사후제재조치 등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음반 사전심의 철폐 후의 질서 및 해결과제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현안으로 떠오른 영화, 비디오, 새 영상물도 비슷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소재의 다양화라는 긍정적인 측면 못지 않게 불건전한 영화로 인한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음반처럼 영화도 영화업자들의 자율적인 심의로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노골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자율심의의 정착과 함께 제작자들의 윤리의식의 확립과 함께 사후제재 부문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기관은 영상물의 통제권을 민간에 이양하는 한편 이 단체들이 정통성 및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의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