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NC공작기계 연구조합 1주년

공작기계의 핵심부품인 수치제어(NC)장치를 공동개발하기 위해 결성된 NC공작기계연구조합(이사장 윤철진)이 1주년을 맞는다.

오는 2000년까지 민간투자분 3백19억원과 정부지원금 약 3백억원 등 총 6백20억원을 들여 선진국 수준의 CNC선반 및 머시닝센터용 CNC장치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등 8개 업체가 주관한 거대 프로젝트.

서보드라이브, 서보모터, 스핀들모터, 센서 등 8개 부문을 중점 개발하는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그동안 일본 파낙사를 비롯, 외국업체가주도하는 시장의 흐름을 바꿀 뿐 아니라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국산 공작기계의 국제 경쟁력도 크게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따라서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지난 1년간 기대에 미치지못했다는 평가다. 물론 1년여동안 사업을 추진하면서 얻은 성과도 없지 않으나 이보다는 사업시행 전단계에서부터 문제시됐던 사항들이 불거지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들이 말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지원금 축소와 개발기간 단축이다.

연구조합은 사업 1차연도(95년 12월 1일∼96년 11월30일)의 과제별 사양결정 및 자료조사에 소요되는 총자금 34억원 중 14억5천만원을 정부가 출연,별 문제가 없었으나 하드웨어 사양결정과 제품설계 및 기능평가시스템 구축등에 소요되는 2차연도 자금의 경우 2백억원중 1백4억원을 정부에 신청했으나 40억원만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정부는 무역수지 개선과 자본재산업 조기육성 차원에서 개발업체들과 사전 조율없이 5년으로 돼 있는 개발기간을 4년으로 단축한다고 언론에 발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닌 NC장치 개발부담을 업체들에 일방적으로 전가시켰다.

물론 1년 기간을 줄이는 대신 연구원 수를 대폭 늘리고 국부적으로 필요한기술의 경우 외국업체의 자문을 받아 수행할 경우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이것은 충분한 자금지원이 전제되야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는 의례적(?)인 예산부족 문제를 들어 오히려 신청한 자금을줄이며 대체안으로 금융기관의 융자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많은 중소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안이 담보여력이 없는 이들 업체에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는 방안인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조합 및 개발업체 관계자들은 국가 기간산업 중에서도 핵심이될 프로젝트의 성사보다는 정부의 실적과시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러한 난관을 극복, 어렵게 NC장치 개발에 성공했더라도 구매처가불투명하다. NC장치의 주 수요처인 공작기계업체들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실례로 이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우중공업, 현대정공,기아중공업, 삼성전자 등도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CNC장치를 이미 개발, 자사의 공작기계에 부착해 판매하는 업체까지 있으며 성능을 보완하기 위한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당초 계획과는 달리 최소 생산물량을확보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개발목표를 2단계로 나누어 국내 시장점유율의 70∼80%를 차지하는 준 개방형 CNC장치를 우선 개발한 후 선진기술에 대응할 수 있는 개방형 제품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으나 매우 빠른 이 분야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이 기간에 우리가 목표로 세워놓은 것이 개발완료단계에 가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제품으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이는 오랜 기간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치고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조합의 김일규 사무국장은 『매 연차마다 선진국의 개발동향을점검, 타깃을 수정해 나갈 계획이며 이를 위해 외국의 전문 컨설팅업체나 엔지니어링업체에 자문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우리나라가 NC장치 개발에 대대적으로 나서자 일본을 위시한 독일,미국 등 NC장치 선발국가의 업체들이 개발현황 및 제품의 사양 등에 대해 조직적으로 정보수집에 나서고 있고 기술협력 등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있어 보안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사무국장은 『업계도 자사의 손익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핵심기술 공동보유와 국가경쟁력 확보라는 대의를 우선시해야 하며 정부도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기간산업 중 핵심인 공작기계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타 분야보다 지원 우선순위에서 앞서야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