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거대 시장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기존의 전자산업에 적지 잖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VCR와 LDP 비디오CDP 등 일부 AV기기는 DVD플레이어로 대체되면서 급속히 시장이 위축될 전망이다.
또 TV와 오디오 등 다른 영상기기는 DVD의 출현을 계기로 디지털화와 복합화가 급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세트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전자부품산업 또한 디지털기기용 부품등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비디오테이프와 CD라는 매체에 주로 의존해온 영상 소프트웨어산업도 DVD시대를 맞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장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그렇지만 당장 가전업계의 관심은 DVD플레이어로 시장이 위축될 일부 AV기기에 대한 사업을 앞으로 어떻게 펼쳐나갈 것이냐에 쏠려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VCR에 대한 처리는 가전업체로선 매우 고민스럽다.
세계적으로 VCR는 보급률이 한계점에 달해 최근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접어들고 있는데 DVD플레이어의 출현은 여기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현재 수준의 DVD플레이어는 녹화가 되지 않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고 비디오소프트웨어는 여전히 풍부해 당분간 VCR시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DVD타이틀이 도입단계인 2∼3년이 지나면 DVD플레이어는 VCR시장을 급속히 파고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화할 수 있는 DVD플레이어가 대중화할 2000년 이후에 VCR시장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는다. VCR시장이 앞으로 길어야 5∼6년 동안 지속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따라서 가전업체들은 VCR사업을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그런데 문제는 VCR시장과 DVD플레이어시장이 어느 정도 쇠퇴하고 성장할 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단 시장전망이 밝아도 소프트웨어의 문제 등으로 시장 형성이 늦어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예측이 어려운만큼 기존 AV제품의 생산구조 조정도 쉽지가 않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수원과 평택 등 VCR공장에 DVD 관련기기의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의미가 있다. 시장 환경에 따라 VCR사업을 점차적으로 DVD플레이어사업으로 대체해나가겠다는 방침이 엿보이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선진업체들도 마찬가지인데 일본 마쓰시타전기처럼 적극적으로 생산구조를 조정하는 업체도 있다.
마쓰시타는 이미 90년초부터 VCR생산라인을 모두 동남아지역 등 해외로 이전해놓고 있는데 DVD기기의 경우 일본과 미국에 각각 생산기지를 구축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VCR에 비해 비디오CD와 LDP 등 기존 광기기에 대한 사업정리는 쉬운 편이다.
시장규모가 비교적 작은데다 광픽업장치를 공유할 수 있어 DVD플레이어에 복합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파이어니어와 삼성전자 등 LDP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업체들은 최근 상품화하고 있는 LDP를 DVD플레이어에 복합화한 상품을 개발중이다.
가전업체들은 또 TV와 오디오 등 다른 AV에 DVD플레이어가 미칠 영향이 크다고 보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TV와 VCR를 복합한 TVCR의 후속모델 개념으로 DVD플레이어를 TV에 복합화하는 제품 개발이 활발하다.
또 DVD플레이어가 나오면 오디오시장도 디지털시대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디지털 앰프와 디지털 튜너 등 디지털오디오에 대한 개발 열기도 점차 뜨거워질 전망이다.
단순히 VCR의 대체상품에 국한시키지 않고 AV시장 전반에 걸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게 가전업체들의 한결같은 DVD사업전략인 것이다.
DVD시대가 열리면서 세계 AV산업은 새로운 변혁의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