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6 멀티미디어 컴퓨터 40만원』 전자상가의 컴퓨터 코너를 지나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고 문구이다. 상인들은 아직 쓸만한 486 컴퓨터를 값싸게 팔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그 문구에 관심을 갖고 매장을 찾는 고객은 거의 없다.
상식적으로 값싼 486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비용부담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성능에도 최고급 기종과 큰 차이가 없어 컴퓨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일 듯하지만 오히려 486 컴퓨터를 찾는 고객의 대부분은 초보자가 아닌 전문가들이다. 486 컴퓨터는 소규모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서버로 사용하거나 PC 통신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선호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초보자들이 최고급 기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선 하드웨어적인 최고급 사양 뿐 아니라 첨단 기능을 채용한 컴퓨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컴퓨터 생산업체들은 구매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특정 기능을 채용한 컴퓨터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생산업계에선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함에 따라 연구개발에 투자되는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델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지만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구매자 취향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를 감수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뉴텍컴퓨터는 현재 시판 중인 모델 수는 총 27종에 이른다. 이와 비슷한 규모의 현주컴퓨터는 현재 22종에 시판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대기업 역시 마찬가지인데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도 20~30여종의 다양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뉴텍컴퓨터는 91년 확장성이 뛰어난 스카시 방식을 자사컴퓨터에 처음으로 도입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와이드스카시, 3D 그래픽 기능을 채용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LG전자 역시 인터넷 기능과 3D 그래픽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문서 또는 인터넷상의 영문텍스트를 음성으로 출력하는 영문TTS(Text To Speech)와 3D 그래픽 기능, 3D 사운드 기능을 채용한 제품을 구비해두고 구매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대기업 또는 중견업체가 다품종 소량생산체제로 전환하며 구매자 각각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자 현주컴퓨터는 아예 완제품 외에도 구매자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3D 그래픽카드, 3D 사운드카드, CD롬 드라이브, 모뎀 등을 갖추고 구매자가 원하는 주변기기를 선택,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의 허삼영 과장은 『구매자들의 취향에 맞을만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TTS 기능 및 3D 기능, 어학학습 기능 등을 한층 보강한 제품들을 새로 출시하는 등 특정 기능을 부각시킨 다품종 소량생산에 역점을 둘 방침』이라며 『이로 인해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이 소요되지만 다양화된 구매취향에 맞추기 위해선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