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淳日 동양기전 인천방송추진사업단 대표
영국은 지난 7월부터 디지털 지상파 TV를 통한 다채널 서비스의 길을 마련한 새 방송법을 시행하고 있다.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도입과 방송의 소유권 규제완화, 스포츠 방송권, 방송고충처리위원회와 방송기준심의회의 통합 등에 관한 새로운 규정이 이에 포함됐다.
또 독일은 「통일독일의 방송에 관한 州간 협정」을 개정해 민영방송의 소유제한을 완화한 반면자본의 집중방지를 위한 「자본집중조사위원회」를 설립했다. 프랑스는 공영방송의 구조개편과 국영 프로그램 제작사의 민영화를 골자로 한 방송개혁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한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우정성이 「21세기를 향한 통신, 방송의 융합」 「다채널시대에 있어 시청자와 방송」「멀티미디어시대에 있어서의 방송」 등 각종 간담회의 보고서를 정리해 방송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법령개정작업에 들어갔고 10월부터 NHK와 함께 지상파TV의 디지털방식 전환 기초실험을 시작한 상태다.
이같은 세계 방송환경의 변화추세에 대응하여 우리 정부도 지난해부터 방송법 개정을 추진해 왔고 지난 5일에는 새로운 방송법을 입법예고해 정기국회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방송」이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방송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에 조율을 맞춰야 하는 이 역사적 전환점에서 탁상공론으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될 일이다. 새 방송법이 정치논리로 논란을 거듭한다면 발달된 전기통신매체의 문화적, 산업적 이점이 국민의 이익으로 속히 접목되어야 할 기회를 놓치게 됨은 물론 국제적으로 방송의 「후진화」를 초래할 위험마저 있다.
입법예고된 방송법안에서는 정부의 방송 중, 장기계획의 수립, 공표, 방송사업자 등의 개념정리, 방송규제기관의 단일화, 종합유선방송제도의 전향적 보완, 그리고 방송의 연구, 개발을 위한 근거라든가 방송을 「소프트웨어」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유념한 점등이 눈에 띈다. 다른 선진국의 방송법규에 비하여 손색없는 내용들이고 이러한 법제도는 방송발전에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문제는 논쟁의 초점이 되어온 「방송위원회」구성, 대기업 및 신문사들의 위성방송 참여 여부에 대한 논란이다.
여기서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은 새 방송법에 포함된 방송위원회위원 선임방식이 방송관련 법규심의 사상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해 통과되어 87년 11월 28일에 공포, 시행된 기존방송법의 내용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어떤 자연인을 위원으로 선임하여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지키게 하는 데에 유의하고 법 시행령에 위원의 자격 등을 엄격히 규제하면 「방송위원회의 편파성」을 걱정하는 일부 여론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과 언론의 위성참여 문제도 그렇다. 위성채널에서 볼 수 있듯이 장차 TV전파의 「희소성」은 해소될 것이고 이에 따라 TV는 일부 네트워크방송을 제외하고는 「매스미디어」가 아닌 「미니미디어」화할 것이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해 위성채널허용시에 「매스미디어 집중배제를 대원칙」으로 영국이나 독일의 법규를 참고로 자본과 방송범위를 규제하면 앞으로 매체독점의 폐해에서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리 방송자본의 대형화는 필요하다. 방송을 공익보다 자기편의를 위해 「악용」하려는 의도를 가질 수도 있는 일부 대자본가의 방송참여가 문제일 뿐이다.
이들을 가려내 방송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보처가 개발, 활용하고 있는 서류심사-실사-공개청문 등의 심사방식을 대폭 강화하여 이를 법 시행령으로 확고하게 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방송제도의 개선을 위한 큰 테두리인 방송법안을 이번 국회 회기중에 통과시키고 앞으로 시행령에서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기 위한 세심한 배려를 하면 된다. 정부는 장차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정도 공청회나, 그리고 선진국사례 심층연구 등을 거쳐 빈틈없게 하면 된다. 정치논리 아닌 문화와 산업, 기술적인 차원에서 방송법 개정이 논의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