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멕시코 티후아나에 동반진출한 새한전자가 현지공장(새한멕시코) 설립에 본격 착수했다. 새한멕시코는 우선 월 10만장 규모의 단면PCB 자동 2라인을 구축, 삼성전자의 TV, VCR라인에 주력 공급할 예정인데 이 공장은 국내 PCB업계의 실질적인 해외진출 1호란 점에서 성공여부에 업계의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특히 새한멕시코의 조기안정을 위한 현안문제는 무엇이고, 또 과연 성공한다면 국내 단면PCB업계의 시장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새한이 멕시코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않은 난제가 산적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인력수급과 관리상의 어려움. 숙련된 생산인력을 필요로 하는 PCB업종의 특성상 높은 이직률을 탄력적으로 커버하고 현지인을 제대로 컨트롤해야 하는데 새한으로서는 이와 관련한 노하우가 아직 약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생산의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임금문제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멕시코의 평균임금은 아직 국내보다 현저히 낮지만 새한멕시코가 삼성전자복합화단지의 바로 턱밑에 위치한 탓에 만약 현지 근로자들이 삼성수준의 임금을 요구한다면 상황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PCB 공장부지 결정을 좌우할만큼 중요한 물 문제도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취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티후아나 공단의 물값은 국내보다 10배 가량 비싸며 그나마 수질이 떨어지고, 미국에서 송수관을 통해 공급되는 양도 넉넉치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새한멕시코의 최대 딜레마는 현지 진출한 국내 세트업체들의 불투명한 태도라는게 중론. 당장 삼성전자의 현지 수요를 모두 커버한다해도 전체 생산능력의 20%인 2만장에 불과한데다 삼성이 근본적으로 구매의 완전자유경쟁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
새한측은 이에대해 『현지 진출한 LG와 대우에까지 공급한다면 월 6만장의 오더는 무난히 확보할 수 있고 멕시코에 이렇다할 단면PCB업체들이 없어 일본전자업체들까지 끌어들인다면 결코 무리는 아니다』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결코 장담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다.
또 설사 적정 수준까지 물량을 확보한다 해도 가격책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최근 엔고에 따라 가격경쟁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세트업체들이 해외생산분과 국내생산분의 가격 이원화 움직임이 뚜렷해 과연 초기 리스크를 안고 현지생산할 새한의 채산성을 얼마나 담보해줄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만약 새한이 이같은 여러가지 난제들을 극복, 안정적인 기반을 갖춘다면 향후 단면PCB업계의 시장 판도는 적지 않게 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멕시코의 성공을 발판으로 주도권을 잡은 새한이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진출을 잇따라 성사시킨다면 대덕산업, 청주전자, LG전자, 새한전자 등 단면 4사의 시장점유율 변동을 배제할 수가 없다.
이같은 시장변화는 가전업계의 해외생산확대와 맞물릴 경우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결과적으로 국내 단면수요의 계속되는 정체로 일종의 「제로섬게임」을 벌이고 있는 경쟁 PCB업체들의 물량감소가 불가피하고, 이는 중소 단면업체들의 입지 약화라는 시나리오로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해득실을 떠나서 새한멕시코는 국내 PCB업계의 실질적인 해외진출 1호란 점에서 성공여부 자체가 「국내투자냐 해외진출이냐」의 갈림길에 선 단면업체들에게는 또 하나의 「시금석」으로 작용할 것만은 분명하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