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는 회색빛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에게 없어서는 안되는 생활필수품이다. 특히 나날이 위로만 솟구치는 대형 빌딩에서 생활해야 하는 직장인,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부와 노약자들에게 엘리베이터는 공기나 물에 비견될 정도로 중요한 삶의 도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중요한 삶의 도구요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안전하게 운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최근 통상산업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생명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한국승강기관리원 등 승강기 검사기관이 93년부터 지난 6월까지 전국의 아파트에 설치된 승강기를 점검한 결과 총 25만2천8대 가운데 5.3%(1만3천2백95대)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또한 합격판정을 받은 23만8천7백13대 가운데 14.7%인 3만7천67대가 조건부 합격, 4.6%인 1만1천4백90대는 보완지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불량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라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운행금지된 승강기가 2백91대나 된다니 가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분명히 현행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승강기 소유주는 승강기 보수업체와 계약을 맺고 월 1회 이상 안전점검을 받아야 하며 △한국승강기관리원은 1년에 한번씩 운행중인 모든 승강기의 안전도 검사를 해야 하고 △구청은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수시 관리토록 명문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량 승강기가 판을 치는 것은 어딘가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혹시 일부의 지적과 같이 행정기관의 안전점검관리 소홀에 관한 제재조항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 구청이 전문지식이 없는 직원을 배치하는 등 형식적으로 엘리베이터를 관리한 것은 아닌지 재삼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엘리베이터 사고는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중시, 지금이라도 서둘러 전문교육을 이수한 기술요원을 확보하고 이들을 전진 배치하는 등 국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승강기 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며 차제에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도 척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