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되면 품목을 바꿔라」
경영관련 서적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흔한 문구이지만 최근 컴퓨터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이 말처럼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구도 없을 것이다. 컴퓨터유통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업체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은 물론 생존기반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상당수 업체들이 업종변경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업종변경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한 업종에 오래 종사해온 사람이 그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지식을 쉽게 포기할 까닭이 없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다해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상당수 컴퓨터유통업체들이 지난해초부터 경기침체에 따른 누적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업종을 변경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풀리면 곧바로 시장이 활성활될 것이고 첨단산업의 유통분야라 할 수 있는 컴퓨터유통사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큰 것도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사업포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컴퓨터유통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업종변경대신 최근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컴퓨터유통사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컴퓨터유통시장의 장기적인 침체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사업다각화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점차 도입되기 시작한 이후 최근엔 전 업계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컴퓨터 이용매장인 「멀티방」과 프랜차이즈방식의 CD대여 사업인 「CD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소프트정보통신은 최근 멀티방과 CD대여점을 올해초와 비교해 50%이상 늘어난 1백개및 5백여개로 확대하는등 다각화사업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초에 일반 통신판매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최근 관련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했다.
올해초부터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 7월 광고업에 새로 참여한데 이어 올해말에는 가전통신판매업을 새로 시작하기로 했다. 이회사는 가전통신판매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운용한다는 방침아래 이달초 법인등록절차를 완료하는 한편 독립사업팀을 구성해 가전품목과 이들제품을 공급할 제조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중견컴퓨터업체인 포세이돈컴퓨터도 컴퓨터유통 시장침체로 인한 지속돼 갈수록 경영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지난 3월 생활용품 할인점 사업에 신규로 참여하기로하고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여행사업 진출을 위해 포세이돈여행사를 설립했다.
이밖에 소프트타운의 노트북사업 진출과 아프로만의 양판사업 추진등 기존 유통업체들도 기존 사업방식을 전환하고 있어 사업다각화 추진이 전 업계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컴퓨터유통업계의 사업다각화가 전 업계로 확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주력업종인 유통사업을 대체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며 『그러나 시장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면 상당수 업체들의 주력업종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