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부산, 영남 지역에서는 97년 동아시아대회 전산시스템을 비롯, 하나로카드 교통관광정보시스템 등 대형 전산시스템 용약발주가 본격화되면서 정보산업 시장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 지역 정보산업 관련업체들은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부문을 불문하고 시장선점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등 업계 전체에 모처럼 활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아시아대회 전산시스템 개발 수주전에 수도권의 대기업들이 대거 몰려들어 부산 지역이 한때나마 우리나라 정보산업 중심지로 도약할수 있는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도 했다.
부산, 영남 소재 정보산업 관련업체들은 주택가 등에 산재해 있는 단순 컴퓨터대리점을 제외하고 부산에 약 1백여개, 마산과 창원등 경남지역에 50여개, 대구와 경북 지역에 1백여개 등 모두 2백5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돼 서울, 경기의 수도권에 이어 우리나라 제2의 정보산업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 또는 시스템 개발능력을 갖고 있거나 전국적인 유통망을 가진 기업들은 20%선인 50여개 정도여서 실질적인 기업 경쟁력 면에서는 수도권 기업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나머지 2백여개 업체들은 수도권, 특히 서울의 대형 유명 회사들의 대리점이나 협력업체들로 구성돼 있다. 자금력이 취약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기술적, 영업적 배경을 서울의 유명업체들에 두고 있어 독자 행보나 자생능력은 사실상 전무한 편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산지부가 최근 표본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산, 영남지역 업체들의 전문분야별 분포는 하드웨어 부가판매와 패키지 개발이 각각 35%와 45%로 나타나는 등 PC 위주의 하드웨어 유통과 패키지개발 종사업체들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전산시스템용역이나 시스템통합(SI) 등 정보서비스 분야는 15% 정도로 미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본금 규모면에서도 1억원 미만이 30%대를 넘어서고 있으나 10억원 이상은 단 1개 업체에 불과했다.
종업원 수 기준으로 10명 미만이 40%대를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를 포함해서 50명 미만이 전체 9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 정보산업체가 전형적인 소기업 위주로 형성돼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열악한 입지 조건에서도 급속한 시장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서 거듭나려는 부산, 영남 지역 업체의 자구노력은 갈수록 활기를 띠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아성시스템이 부산시 교통관광시스템 수주경쟁에서 서울의 유수업체를 제치고 주계약업체로 선정된 것은 이 지역 정보업체도 기술력만 갖추면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로 평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전체적인 흐름으로는 부산지역 전산용역의 수주를 위해 자체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기술력 향상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개발전문 부설연구소 설립도 그 한맥락이라고 볼수 있다. 애크미컴퓨터, 한국CPU, 토탈소프트뱅크 등이 이미 지난해 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해 오고 있으며 올들어서는 동성데이타시스템, 동남정보시스템, 코리아컴퓨터, 세광데이타시스템, 천일정보시스템, 아성시스템 등 10여개가 가세했다.
하드웨어업계의 경우 지난해를 기점으로 애프터서비스 부담이 큰 조립PC 대신 유명브랜드나 외산 PC 판매비중을 높이고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패키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는 기술력이 탄탄하고 마진률이 높은 중견PC브랜드를 취급하는 한편 영업에서 실적 위주의 도매 보다 내실 위주의 소매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부산=윤승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