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전부터 전자산업을 비롯한 산업계에 위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이의 극복을 앞세운 각종 극약처방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그룹이 「명예퇴직제」라는 것을 앞세워 감원을 추진하자 내로라하는 그룹업체들의 대부분이 이의 시행을 검토, 샐러리맨들의 올 가을 체감온도는 한층 더 썰렁하다. 이를 시발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허리띠 졸라매기 운동에 나서고 있으며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복지나 장기 발전을 위한 교육투자 등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상당수 그룹사들이 임원과 부장 이상 간부사원들의 해외출장 티켓을 각각 비즈니스와 이코노믹클래스로 하향 조정하고 부장급들의 해외 배낭여행도 중단 또는 폐지했다. 1년에 예닐곱 차례 나눠주던 선물도 추석과 설날 등 두차례로 줄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적자 내는 업체는 임금을 동결한다」는 논리까지 등장, 샐러리맨들의 안주가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를 통해 직접적인 비용절감보다는 전직원이 위기의식을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반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이들 회사의 변이다.
이와는 달리 어떤 그룹의 최고경영자는 「알아서」 마련해 온 임원 보너스 반납을 비롯한 각종 긴축안들을 『긴축보다는 정상적인 활성화를 통해 난국을 극복하라』며 단호하게 반려했다고 한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졌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 등 각종 시책에 호응하고 나름대로 난국타개를 위한 긴축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 쓸 데가 없어 고민』이라고 큰소리치다가 상황이 바뀌자 지레 호들갑을 떨며 아래로부터의 긴축을 요구하는 작금의 행태가 결코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 기업들은 과거 세계적인 불황 때마다 적극적인 투자와 준비를 통해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왔고 이는 공감대 형성에 따른 조직원들의 희생과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준극약처방을 동원한 기업과 조직원들의 사기를 부추겨 극복하려는 기업들간 이번 겨울나기 결과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