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장정식 서울 강북구청장

자율에는 책임이 수반되고 규제가 풀리면 경쟁이 따라온다. 지난해 30여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우리나라 행정 서비스도 엄청나게 달라졌다. 선출직 자치단체장의 역량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이 달라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서울 강북구는 우리나라의 모든 자치단체 중에서 정보화 마인드가 가장 앞선 곳으로 꼽힌다. 얼마 전 내무부로부터 행정전산화사례 우수상을 수상했고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인터넷 무료 접속 서비스를 실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민선 단체장인 장정식 구청장 취임 이후 이루어진 것이다. 장 구청장의 캐치프레이즈는 「디지털 강북의 구축」이다. 구청의 모든 행정 업무와 대민 서비스를 1백% 전산화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2000년 완성을 목표로 이미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단계별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 구청장은 그 첫 작업이 『관내의 모든 동사무소를 지역 주민에 대한 정보서비스센터로 만든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북구에 속한 모든 동사무소는 컴퓨터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되어 있고 주민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각종 컴퓨터통신 정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북구는 현재도 구청과 동사무소의 일반 문서 교환은 전자우편을 이용한다. 물론 첨부물이 필요한 문건은 서류 전달방식을 취한다.

장 구청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히트를 한 작품」은 「철도 및 항공권 발매 시스템」이다. 지역적으로 도심 및 철도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관내에 여행사도 많지 않아 그가 고안한 것이 컴퓨터 온라인시스템을 이용한 발권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아 컴퓨터시스템 확장이 필요할 정도가 됐다.

장 구청장은 또 우리나라 자치구 중 처음으로 인터넷에 구청 홈 페이지를 구축했다. 그는 『전산실에 우수한 인력이 많았고 이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 외주제작일 경우 2천만∼3천만원이 소요되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자체 개발했다』고 말하고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역시 인터넷 사이트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가 전문인력 지원을 요청,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아예 인터넷용 서버를 확보, 1백명의 관내 구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속서비스를 실시하고 있고 관내의 3개 학교를 선정, 이 서비스의 수혜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서비스는 국내 처음이다.

장 구청장은 『구청의 업무개선을 통한 양질의 행정 서비스는 업무 전산화가 핵심이라는 판단에서 이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며 『이런 서비스야말로 정보화 시대에 자치단체가 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가 행정전산화에 이처럼 일찍 눈뜨게 된 것은 그의 공무원 경력이 동기가 됐다. 장 구청장은 행정고시 합격 후 70년대에 건설부에서 관료생활을 시작했는데 그곳에는 통계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컴퓨터가 도입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간단한 교육도 받았다.

장 구청장이 행정 전산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서울시 공무원교육원 교학과장을 할 때였다. 그는 그때 시험 채점에 컴퓨터를 사용했고 이를 위해 집에도 PC를 갖추어 놓았다고 한다.

강북구의 행정 전산화가 모범사례로 알려지면서 이곳에는 서울시는 물론이고 지방의 자치단체 관련자들까지 견학코스가 되고 있다. 행정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두고 자치단체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곳을 배우자는 생각에서이다.

장 구청장의 「디지털 강북」 캐치프레이즈도 관내의 학교 기업 병원 등의 모든 정보를 통합 서비스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생산성 향상 및 주민의 정보 소외 현상을 해소하자는 것이어서 이런 견학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강북구는 이처럼 행정 전산화에 맨 선두에 올라 있지만 의외의 걸림돌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여전히 지원보다는 통제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중앙정부 및 서울시의 규제이다.

장 구청장은 『강북구는 수작업에 의한 시간 및 인력 낭비가 초래되는 도시계획 확인원, 건축물 관리대장 등의 민원 업무 전산화를 추진했으나 전체 구청이 동시에 진행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서울시의 제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에 필요한 예산지원이나 기술지원을 해야할 상급기관이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 형편에서도 자체예산을 확보, 전산화를 추진하는 구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구청장은 특히 『행정 전산화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해 표준안이나 프로그램을 작성, 보급해 주어야 할 상급단체들이 구청의 독자 개발 의지조차 「중복 개발의 위험성이 있다」며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호적업무 등 광파일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훨씬 간편한 대민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 부문들도 대법원 등 관련 부처의 법적 제도적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 역시 마인드가 부족, 일선 현장에서의 전산화 진행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 자치단체 중 행정 전산화에 가장 적극적이고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는 강북구청은 재정 자립도가 서울시 구청 중 가장 낮다. 구청의 행정 서비스는 「재산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택기자>

*장정식 구청장 약력

1939년 출생

서울대학교 및 동 행정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행정고시 10회 합격

건설부 국무총리실 서울시 근무

도봉구청장(93.12∼94.12)

서울시 문화관광국장(94.12∼95.3)

서울 강북 구청장(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