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화가 사라진다>
펜티엄가격은 얼마나 될까.
최근 펜티엄을 구매하려는 사람이라면 펜티엄이 제품에 따라 무려 5배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펜티엄가격은 최저 50만원에서 3백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중순만 해도 펜티엄가격은 대략 「2백만원 안팎」이었다. 컴퓨터는 갈수록 규격화제품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부품 및 주변기기가 전반적으로 가격하락 추세를 보이면서도 고성능제품이 등장해 제품별 가격차이가 점차 크게 벌어지고 있고 종류도 대폭 늘어나 컴퓨터의 선택사양이 그만큼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상품의 일반적인 특성인 규격화를 점차 잃어감으로써 컴퓨터 유통시장 전체의 판촉전략도 이에 맞게 변하고 있다.
전문 유통상가에서는 올해초부터 고객유인을 위해 진열장에 전시하던 컴퓨터제품을 빼고 대신 제품사양을 상세하게 표시한 홍보물이나 전단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컴퓨터는 기종에 따라 성능과 가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물론 같은 기종이라도 내부사양에 따라 수배의 가격차이를 형성하고 있는 탓에 규격화된 일반상품의 진열식 홍보는 의미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현주컴퓨터, 신성컴, 태인컴퓨터등 중견 PC업체들도 자사브랜드 PC를 출시하면서 모델명을 기존에 추상적인 의미에서 최근 내장된 부품및 주변기기의 종류를 그대로 원용해 판촉효과를 높이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출시되는 제품이지만 소비자들의 컴퓨터 사용환경에 따라 제품사양 및 종류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체의 판촉전략도 변하고 있다. 우선 다양한 제품을 단독 모델에서 시리즈군으로 재편하고 제품을 출시할 때 한번에 여러개의 모델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시리즈」, 삼보컴퓨터의 「드림북시리즈」, LG전자의 「심포니시리즈」등이 대표적인 예가 된다.
유통업계의 일선 매장에서의 고객 접대방식도 새로운 판촉전략에 맞게 점차 변화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매장직원은 일반적으로 고객이 방문하면 고객에게 매장에 진열되어 있거나 창고에 쌓아둔 제품을 직접 보여주며 제품구매를 유도했다. 제품별 기능차이가 거의 없어 CPU 등 주요 부품사양과 외부사양으로도 제품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이같은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전문상담원 등이 고객의 컴퓨터 사용환경을 파악한 후 고객으로 하여금 가격과 성능에 맞는 모델을 선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같은 새로운 판촉전략은 매장직원의 전문교육이 뒷받침됨으로써 실현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요즘 컴퓨터유통업체들은 전문강사를 초빙하거나 자사 연구원 등을 동원해 자체 매장 직원들에 대한 컴퓨터교육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컴퓨터 유통업체인 컴씨네의 최순기 사장은 『컴퓨터 유통시장은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가 점차 다양해지고 고기능화함에 따라 하나의 독립된 상품시장차원을 넘어 주택시장과 같이 전방위및 후방위 효과를 발휘하는 독특한 유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각 업체의 판촉전략도 이에 맞게 새롭게 변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