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메디칼 기술연구소 유재걸 선임연구원
『국산 의료기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선진국 의료기기와 냉정하게 비교하면 아직은 기술적으로 차이가 많습니다. 이는 선진국이 오랜 기간 많은 자금을 들여 노하우를 쌓아 온 결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연구개발비가 집중적으로 투자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재걸 중외메디칼 기술연구소 선임연구원(34)은 국산 의료기기 제조업체에 대해 불만(?)이 많다. 앞서가는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좀처럼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국산 의료기기 개발의 주역이면서도 이처럼 「누워서 침 뱉기」식의 발언을 하는 것은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사명감이 투철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유 연구원은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려면 우선 수익이 늘어나야 하며 수익창출은 애프터서비스의 차별화에서 찾아야 하고 따라서 아무리 오지라도 당일에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신뢰받을 수 있다고 밝힌다. 이를 통해 사용자와 생산자간의 신뢰감이 구축된다면 품질에서의 약간의 차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는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전문대를 졸업한 지난 88년 학교 추천으로 중외메디칼에 입사한 후 광주대 전자공학과와 조선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난해 전자(의료영상)부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입사 후 줄곧 애프터서비스 등 의료기기 기술파트에 근무하다 배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몇년간을 주경야독한 결과 석사학위 취득과 동시에 연구소로 전격 사내 스카우트돼 회사에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한다.
짧은 연구원 생활이지만 그가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국내 전자의료기기 업계에 큰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들이다.
그중 하나는 서울대 임상병리과 및 성신여대 전자공학과와 산학협동으로 국내에서 처음 개발하고 있는 염색체 분석기(제품명 크로모시스)다.
특히 염색체 분석기는 가격이 1억3천만∼1억5천만원이나 하는 첨단 고가장비로 그간 전량 수입에 의존, 의료기기 무역수지 악화에 한몫 해 왔는데 개발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이르면 내년 초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제품의 판매가는 선진국 제품의 절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여 상당금액의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량 수출에도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그는 향후 염색체 자동배열기능과 멀티기능 등을 추가시킨 고품질의 분석시스템을 추가 개발, 성염색체 이상을 비롯한 선천성 질환의 치료에도 이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할 예정으로 있다.
그는 또 X선 영상을 획득 단계에서부터 디지털화하고 이를 컴퓨터를 통해 영상처리,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기존 X선 촬영장치의 필름을 없애고 처리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컴퓨터 레이디오그래피(Computerized Radiography)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 제품은 여러가지 진단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함은 물론 해상도가 매우 뛰어나며 영상획득 시간도 1초 이내에 가능, X선 촬영장치 분야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최첨단 장비다.
향후 염색체와 종양 등을 3차원으로 진단할 수 있는 장비 개발이 목표라는 유 연구원은 『개발하는 제품이 모두 국내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많지만 그만큼 긍지와 자부심도 크다』고 밝히며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의욕을 불태운다.
〈박효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