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니치전략

최근들어 「니치(Niche)」란 단어가 기업경영에 심심찮게 사용되고 있다. 원래 이 단어의 뜻은 서양건축에서 조각품 등을 세워두기 위해 벽을 오목하게 판 벽감(壁龕)을 뜻하는 말이다. 사람 또는 물건이 있을 적합한 위치, 장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기업경영에서 「니치전략」이란 기존 시장이 커버하지 못한 틈새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파고드는 이른바 「틈새전략」를 말한다.

최근들어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이 계속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자업계에서도 「니치전략」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일반 가전제품에서 컴퓨터, 주변기기, 소모품 개발은 물론 제품판매 등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니치시장 발굴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 전자업체들의 「기업생존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요즘 이멕스의 「원적외선 오븐조리기」와 21세기물산의 「IC회로 펜」, 키모의 건강기구를 부착한 「PC테이블」 등이 기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든 니치상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멕스의 「원적외선 오븐조리기」는 소비자들이 음식의 조리를 위해 전자레인지와 가스오븐레인지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는 것에 힌트를 얻어 이들 두 제품의 기본 특성을 복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하이쇼핑이 통신판매를 실시한 후 계속해서 하루에 1백50대 이상씩 팔릴 정도로 히트를 쳤다.

올해 초 21세기물산이 볼펜기능과 녹음기능을 복합해 학생들이 간편하게 휴대하고 어학학습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IC회로 펜」도 틈새상품으로 학생들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랫동안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피로를 많이 느낀다는 점에 착안, 컴퓨터 책상에 건강보조기기를 부착한 키모의 「PC테이블」도 컴퓨터 책상시장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컴퓨터 유통업계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유통전략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프로만」을 꼽을 수 있다. 이 회사는 세진컴퓨터랜드의 매장 건너편에 매장을 개설, 세진을 찾는 고객들을 유인하는 니치전략을 구사함으로써 많은 컴퓨터 유통업체들이 도산하는 데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밖에 많은 중소 전자업체들도 최근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장에 없는 제품개발과 특이한 마케팅 활동을 통한 틈새시장 전략을 줄기차게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 제프리 A 무어 교수는 「틈새를 넘어서(Crossing the chasm)」란 책자를 통해 『기업의 니치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제품이나 마케팅활동이 소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어야 하며 위험성이 큰만큼 경영자의 강력한 경영지도력은 물론 전사적인 협력과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어 교수의 권고는 우리 전자업체들이 경청할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