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PC시장의 가장 큰 흐름 중 하나로 노트북PC시장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94년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수요를 찾아볼 수 없었던 국내 노트북PC시장은 이제 연간 20만대가 판매될 정도로 급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9월말 현재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노트북PC는 약 15만여대로 지난해 전체 판매대수인 14만대를 이미 앞질렀으며 이에따라 올해에는 전년대비 약 80% 늘어난 25만여대가 판매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노트북PC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휴대성만 강조했던 노트북PC에 멀티미디어기능이 부가되고 제품의 신뢰성이 크게 강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노트북PC시장에 휘몰아친 가격경쟁으로 그동안 고가제품으로만 여겨졌던 노트북PC의 가격이 급락, 노트북PC를 필요로 했던 전문가층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제품구입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올초에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이 대학의 학사업무 전산화를 위해 정책적으로 전국의 대학교에 저가로 대량공급했던 것도 시장확대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따라 전체 PC시장에서 노트북PC가 차지하는 비중도 예년에는 10%에도 못미쳤으나 올해는 13%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노트북PC시장이 확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고성능화 추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486급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올들어 펜티엄급이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이제는 1백20 및 1백33급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올초 데스크톱PC시장의 주력제품이 펜티엄급 1백20에서 현재 1백33 및 1백66 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볼 때 노트북PC의 고성능화가 얼마나 급진전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 노트북PC의 최대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화면의 크기도 핵심부품인 대형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소자(TFT LCD)가 국내에서 양산돼 하반기 들어 본격 채용되면서 해결됐으며 데스크톱PC와 마찬가지로 6배속 CD롬 드라이브, 2만8천8백 팩스모뎀 등 고기능의 주변장치들도 속속 채용되고 있다.
노트북PC의 이같은 고성능화는 데스크톱PC와의 성능차를 단숨에 좁혔으며 그동안 노트북PC를 외면해왔던 일반 수요자들은 물론 데스크톱PC 수요층마저 흡수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들어서는 기업에서 업무용으로 데스크톱PC 대신 노트북PC를 구입하는 것도 보편화되고 있으며 행정전산망 등 공공기관으로의 보급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가격 또한 과거 최하 4백만원대에서 이제는 2백만원대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으며 펜티엄 1백33 CPU에 6배속 CD롬 드라이브, 12.1인치의 화면을 내장한 고성능 멀티미디어 노트북PC도 4백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게 돼 노트북PC 보급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노트북PC의 고성능화 추세는 멀티미디어 노트북PC의 경우 무게가 평균 3을 상회하는 등 휴대성을 강조하기 위해 출현했던 노트북PC의 장점을 오히려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노트북PC 구입자 1백명을 대상으로 구입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노트북PC를 구입하는 구입근거 중 제일 첫번째가 무게, 두번째가 멀티미디어기능 내장, 세번째가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구입제품도 CD롬 드라이브를 장착하지 않은 일반 노트북PC를 구입한 사람이 전체의 65%를 차지했으며 CD롬 드라이브를 장착한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35%에 불과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최근 노트북PC시장의 보편적인 흐름으로 정착되고 있는 멀티미디어화는 기존 노트북PC 수요와는 별개의 신규수요를 창출하고 이것이 노트북PC시장의 확대를 가능케 했다는 것을 분석할 수 있다.
최근 노트북PC업계가 멀티미디어기능을 보강한 제품과 기본기능만을 채용해 무게와 크기를 대폭 줄인 일반제품 등으로 제품군을 이원화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현상에 따른 업체들의 대응전략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즉 서로 상이한 두가지 특성에 맞춰 기존 노트북PC 수요는 일반 노트북PC를, 새로 PC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데스크톱PC보다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내장한 것과 함께 휴대까지 가능한 멀티미디어 노트북PC를 구입토록 한다는 전략인 셈이다.
노트북PC시장의 팽창으로 이 시장에 새로 진출하는 기업도 잇따르고 있으며 기존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업체들도 시장선점을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업체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노트북PC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체시장의 50%를 장악하며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노트북PC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우통신이 전체 노트북PC시장의 3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로 사업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지난해부터 이 노트북PC 사업강화를 위해 별도의 팀을 구성하고 올들어 본격적인 수요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현대전자와 효성컴퓨터도 올들어 노트북PC사업에 진출, 잇달아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사업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가 지난 15일 IBM과 합작으로 LG-IBM을 설립, 앞으로 노트북PC사업부문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LG-IBM의 행보 또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 시장에서는 데스크톱PC와는 달리 중견업체들이 강세를 나타내 내외반도체, KIT컴퓨터, 유니텍전자 등 중견 컴퓨터업체들이 꾸준한 판매실적을 올리며 대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도 큰 특징 중 하나다.
이들 국내업체외에도 컴팩, HP, TI, 애플, 델컴퓨터 등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국내지사 및 대리점들이 데스크톱PC부문에서의 사업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올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 노트북PC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특히 올초 노트북PC가 수입선 다변화품목에서 제외되면서 국내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일본산 제품들이 내년부터 국내시장에 본격 유입될 것으로 보여 향후 국내 노트북PC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들어 PC업계가 노트북PC를 수출전략상품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은 국내 노트북PC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삼성전자를 비롯 대우통신 등은 자체 개발한 제품들을 자가브랜드로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로 이미 수출을 시작했으며 해외시장에서 성가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국산 노트북PC 수출은 데스크톱PC 수출이 아직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데스크톱PC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국내 컴퓨터산업의 활로를 열어주는 생명수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첨단의 메커니즘 기술과 TFT LCD 등 핵심부품의 결합체인 노트북PC산업은 이제 본격적인 시장확대에 힘입어 세계 컴퓨터시장으로 재도약을 꿈꾸는 국내 컴퓨터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