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컴퓨터와 연결해 복합기로 활용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복사기」시대가 임박했다.
디지털 복사기란 광센서를 통해 입력받은 문서정보를 디지털로 변환시켜 레이저프린터의 원리를 이용해 종이에 복사해 주는 첨단 사무기기를 말한다. 쉽게 말해 기존 아날로그 복사기에 컴퓨터기능과 레이저프린터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디지털 복사기의 가장 큰 장점은 화질이 아날로그 제품에 비해 월등히 개선됐다는 것. 아날로그 복사기의 경우 원본이 지저분하거나 인쇄상태가 좋지 않으면 출력물도 자연히 알아보기 힘든 게 당연하다.
그러나 디지털 복사기는 컴퓨터의 영상처리기능을 활용한 자체 보정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원본상태가 불량해도 자동으로 전체 출력상태를 재조정해 주고 특정 부위에 대해 선택적으로 해상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
디지털 복사기의 또다른 장점은 여러 장 복사할 경우 매번 원본을 스캐닝하지 않고도 한 번 읽어들인 데이터를 활용해 고속으로 인쇄해 준다는 점이다. 일단 읽어들인 문서데이터를 컴퓨터처럼 메모리에 기록한 후 원하는 장수만큼 인쇄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쪽으로 구성된 보고서를 30권 복사할 경우 아날로그 복사기는 원본 장당 30장씩 인쇄한 후 분류기(소터)로 1권씩 묶어내지만, 디지털 복사기는 일단 20쪽의 문서를 모두 읽어들여 메모리에 저장하고 즉시 책으로 철할 수 있도록 지정한 장수만큼 페이지 순서대로 인쇄해 준다.
이러한 복사기 고유기능 이외에 디지털 이미지 입력기능과 레이저프린팅기능, 통신기능 등을 손쉽게 부가할 수 있기 때문에 스캐너, 레이저프린터, 보통용지 팩시밀리 등 컴퓨터 주변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디지털 복사기는 지난 85년 일본 후지제록스사가 개발한 「제록스 8100」모델로 검정색과 함께 임의의 색상 1개를 선택적으로 추가할 수 있도록 설계된 2색 복사기 기종이다. 이 제품은 판매가격이 비싸고 제품인지도가 낮아 판매에는 실패했다.
이후 91년 후지제록스가 「뉴에이블」이란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복사기시장은 급신장세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후지제록스, 리코, 샤프 등 주요 사무기기 제조업체가 잇따라 제품을 출시, 지난해 판매된 복사기중 38%를 디지털 제품이 차지하는 등 매년 5% 이상씩 가파른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디지털 복사기시장은 지난 6월 코리아제록스가 「에이블」이란 제품을 발표하면서 태동기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에이블은 제품발표 직후 1달만에 1백대 이상 판매되는 등 성공적인 판매를 기록해 당초 기대보다 디지털 복사기가 빨리 대중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 신도리코, 롯데캐논 등 주요 사무기기 업체도 빠르면 이달말께 디지털 복사기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기존 아날로그 복사기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나설게 확실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디지털 복사기 시장규모는 1천대 수준에 불과하지만 내년부터는 판매량이 급신장해 98년에는 전체 시장의 10∼15% 가량을 잠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