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가격인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의류 등 내구소비재에서부터 철강 등 주요 원자재에 이르기까지 각 생산업체들이 제품가격을 인하하고 있으며 이같은 바람은 서비스 요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물가안정을 통해 임금안정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경쟁력 10% 향상운동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같은 가격인하 바람은 최근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분을 가격인하에 반영」하는 것을 적극 추진키로 한 전경련의 결의를 계기로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고 폭 넓게 추진될 전망이다.
대한상의도 22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59개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생산성 높이기, 불량률 줄이기, 원가 줄이기, 수출 늘리기, 근로의 질 높이기 등 5대 과제를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을 다짐하고 나섬으로써 가격인하 바람은 대기업뿐 아니라 지방의 중소기업들까지 「스스로 난국을 돌파하려는 새로운 경제살리기 운동」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다.
사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우리 경제의 현실을 감안해 보면 이같은 결의와 다짐은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재계의 경제살리기 운동은 크게 확산되어야 하고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경제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운동이 업계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운동이 아니고 정부의 종용이나 압력에 의해 마지 못해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면 그 성과는 반감될 것이다. 산업계가 이번 가격인하 조치를 「자의반 타의반」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는 참된 의미의 경제 살리기 운동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전3사의 경우 이번 가격인하 조치로 약 7백2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같은 매출 감소액은 이들 업체의 연간 순이익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결코 적은 것이 아니다. 최근엔 가전업계의 가격인하 바람이 부품업계에 대한 납품가격 인하 요구로 비화되면서 부품업계가 크게 발발하는 등 말썽이 될 조짐까지 있는 모양이다.
지난 94년 이후 올해까지 3년 동안 4번이나 가격인하를 단행한 바 있는 가전업체들로선 정부의 물가안정 시책에 적극 기여하는 일등공신임에 틀림없겠지만 반복되는 가격 인하조치는 산업계에 또 다른 부문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