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업계, 부품가격 인하 압력 거세다

세트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운동과 제품가격 인하가 부품업계에 대한 공급가격 인하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주요 세트업체들은 최근 정부의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특히 이 운동의 일환으로 최근 가전제품의 가격인하를 단행하면서 협력부품업체들에게 대대적인 가격인하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전자가 최근 협력사들에 대해 10%가량의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협조공문을 보낸데 이어 삼성전자, 대우전자, LG전자 등 가전 3사도 최근 협력업체들에게 가격인하를 요청,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중인데 채산성이 떨어지는 조립부품의 경우 10% 이내, 장치산업인 소재의 경우 10∼20%의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는 전자제품 경기가 전반적으로 불황에 빠져있는데다 최근 외국 부품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PCB업계의 경우 원판가격 인하를 이유로 세트업체들로 부터 1∼5% 사이의 PCB공급가격 인하압력을 받고 일부 업체들은 이미 가격을 인하해준 상태이며,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이미 상당히 가격이 떨어진 수정디바이스 업체들도 공급가를 동남아업체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요구하는 형태로 최대 10%까지의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다.

트랜스 업체들은 이달중 삼성전자, 대우전자, LG전자, 아남전자, 한국전자, 아남산업 등 거의 모든 세트업체들로 부터 가격인하 요청을 받고 혐상을 진행중이거나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언질을 받은 상태인데 인하요구 폭은 5%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항기 업체들도 경쟁사들의 가격을 들먹이며 경쟁사 수준으로 내릴 것으로 요구하는 방식의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고, 이달 말부터 내년도 가격협상에 들어갈 예정인 카스피커업체들도 최근 자동차업체들로 부터 11∼15%의 가격인하 요청을 받고 있다.

이같은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은 최근 소재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페라이트 코어 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의 저가공세를 받고 있는 DY코어의 경우 대기업들로 부터 15∼20%의 가격인하 압력을 받고 있고 모터용 코어 생산업체들도 삼성전자, LG전자, 대우계열의 광주전자 등 가전업체와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10% 정도의 가격인하 요청을 받고 일부업체에 대해서는 이미 공급가격을 인하한 상태다.

모 절연재료 생산업체도 최근 한국전자로부터 10%의 가격인하를 요청받는 등 10여건의 가격인하 요청공문을 받았으나 뚜렷한 대응방안이 없어 가격인하 협상을 가능한한 늦추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세트업체들의 이같은 가격인하 요청에 대해 부품업계는 『세트업체들의 부담을 부품업계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크게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부품업체들은 특히 『최근의 세트가격 인하가 내수제품에 국한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세트업체들이 로컬수출을 포함한 모든 부품의 공급가격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