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삼익악기 부도...악기업계 "비상"

영창악기, 일본 야마하 등과 함께 세계 3대 피아노 제조업체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 피아노를 공급해왔던 삼익악기가 지난 23일 오후 최종 부도처리되자 악기업계가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지난해 2천3백3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1억3천7백만달러 어치의 피아노를 수출, 세계 피아노 시장에서 14%를 점유하는 등 삼익악기의 비중이 큰 탓도 있지만 3천여명에 이르는 종업원과 4백여 하청업체들의 향배가 과연 어떻게 될지, 또 삼익악기와 관계사들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분석과 대책마련에 업계가 분주한 상황이다.

특히 악기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과연 삼익악기의 부도가 단순히 이석재 회장의 방만한 회사경영 때문에 일어난 것인가 아니면 악기산업 전체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가운데 악기업체들이 삼익악기 부도를 악기산업 전체의 위기로 보고 있는 것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음원연구소 설립 등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전자악기사업을 꾸려왔던 LG전자는 이미 지난해말 악기사업을 포기했다. 채산성이 없는데다가 전자악기에 대한 사업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영창악기도 지난 6월 홍역을 치른 상태. 인건비 상승과 피아노 수요감소 등 경영 악화요인이 늘어나자 영창악기는 피아노 생산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국내 생산인력을 대폭 감소하려했다. 이에 반발한 이 회사의 인천공장 근로자 3백여명이 파업을 단행했으며 4일간의 대결끝에 결국 회사가 양보해 정상조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회사의 관계자는 『당시 대기발령했던 종업원들은 생산성 향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잉여인력이라는 점 때문에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삼익악기가 이번에 도산하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점차 줄어드는 악기산업의 시장과 인건비 상승 등의 국내 사업환경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는 점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공장 역시 원자재 수송 및 중국내 기업환경 등에 대한 치밀한 분석없이 경쟁관계에 떠밀려 공장을 설립해 적자를 내는 등 부도의 원인을 됐다는 것이다.

삼익악기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 여신관리부의 한 관계자는 『악기산업 자체는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삼익악기는 회생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악기업계 관계자들 역시 전자악기 등 첨단기술을 응용한 신규사업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지 않는 이상 악기산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