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한 이래 컴퓨터가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컴퓨터는 사람이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의 연출 뿐만아니라 제작비의 획기적인 절감에도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의 컴퓨터는 처음 합성을 위해 사용됐으나 최근들어서는 가상 배우의 창조와 형태변환기법인 모핑에 이르기까지 활용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사용한 디지털 무비로 기록되는 최초의 영화는 1976년에 존 길러민이 감독한 「킹콩」이다. 킹콩에서는 한장씩 촬영한 영상을 애니메이션화하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했다.
1977년에는 불후의 명작이자 SF영화의 지평을 연 「스타워즈」가 발표돼 컴퓨터의 위력을 보여줬다. 조지 루카스감독은 이 영화에서 개별적으로 촬영한 배경과 우주선들을 부드럽게 표현해주기 위해 컴퓨터 그래픽의 합성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무비들은 1982년 스티븐 리스버거가 감독한 「트론」과 「브레인스톰」, 「최후의 우주전사」 등이 있다.
특히 트론은 영화전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디지털 무비로 영화내용은 황당무계했지만 화려한 영상이 압권이었던 작품이다.
80년대 중반들어서는 이들의 뒤를 잇는 디지털 무비가 속속 발표됐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영화에 도입한 최초의 영화인 「비틀쥬스(88년)」과 만화와 실사를 합성한 「로저 래빗」, 심해에서의 모험을 그린 「어비스(89년)」 등이 더욱 향상된 기법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특히 어비스의 경우에는 국내 CF에서도 사용됐던 「물기둥」의 표현을 처음 사용했고 터미네이터의 액체금속의 제작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90년대 들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환상적인 디지털 무비의 등장이 이어졌다. 91년 발표된 터미네이터 2는 지금까지의 디지털 무비를 통틀어 최고의 작품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성과 기법이 돋보였다.
액체금속이 사람으로 형상화하는 과정이나 반짝이는 액체금속에 반사되는 배경은 컴퓨터가 아니면 표현할 수 없는 기법으로 모핑과 리플렉션 등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사용된 작품이었다.
92년 발표된 론머맨은 컴퓨터를 이용해 가상현실의 세계를 표현한 첫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영화내용은 기대에 못미쳤지만 매킨토시로 제작한 영상효과는 수준급으로 알려져있다.
이외에도 90년대 초반 패트리어트게임과 프리잭, 죽어야사는 여자 등이 디지털 무비로 속속 발표돼 화제를 모았다.
<이규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