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사와 신문사가 끝까지 홀로 설 수 있을까. 거대 재벌의 손을 피해 독자적인 자본과 인력으로 홀로 설 수 있는 신문이나 방송이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업계에 인수 합병바람이 불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지역 미디어회사들의 매수부터 세계적 거대 미디어그룹에 대한 인수까지 기업간의 먹고 먹히는 움직임들이 미디어 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미디어 그룹의 이같은 인수 합병 분위기는 올해들어 TBS, 아사히TV 등 거대 미디어회사들까지 관련된 거대 회오리로 발전하는 상태다.
이에 따라 미디어 회사만도 20개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거인이 탄생하는가 하면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던 각각의 언론사들이 통일된 분위기를 연출하는 미디어 집단으로 변신하는 등 언론계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미국만 보더라도 지난 95년 7월 월트디즈니사가 ABC를 인수한 것을 비롯 올해들어 웨스팅하우스의 미국 제2의 라디오방송인 인피니티 인수, 미디어제너럴의 ABC, CBS, NBC 지역채널 10개 인수 등 미디어업계간 흥망이 교차되고 있다.
또 지난 8월에는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호주의 언론재벌 루퍼드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그룹이 24억 8천만 달러를 투자, TV방송국 운영사인 뉴월드사의 10개 계열사를 인수,언론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타임워너가 지난 10월 10일 마무리 지은 CNN의 아버지 터너방송(TBS)과의 합병은 가장 최근에 이뤄진 미디어 그룹간 제휴로 전세계에 충격을 던져준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루퍼드 머독과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손정의 사장이 50대 50으로 지분을 투자, 아사히TV 주식의 24.4% 보유사인 왕문사미디어를 인수, 업계를 긴장시키기까지 했다.
이같은 미디어 기업들의 인수 합병으로 가장 뚜렷해진 현상은 미디어 거인의 탄생으로 무려 10∼20개의 미디어 기업들이 단 1명의 주인 밑으로 정렬하는 기이한 형상이 연출되게 된 것.
머독은 지난 85년 영화사인 20세기폭스사를 인수한 후 11년 만에 22개 방송국의 총수가 됐고 터너방송을 인수한 타임워너의 제리레빈도 영화사부터 방송사까지 10여개의 기업을 거느린 종합 미디어그룹의 대표로 부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폭스사와 영국의 24시간 뉴스채널, 더 타임즈, 더 선, 아시아TV 등 전세계 20여개 거대 미디어기업들이 머독의 영향권으로 포함됐고 워너브러더스를 비롯 「타임」지, 「라이프」, CNN, HBO, TNT 등 종합미디어기업들이 타임터너의 우산 아래에 놓이게 됐다.
미디어기업간 이같은 약육강식과 제휴는 위성방송이나 케이블TV 등 자본의 개입이 불가피한 종합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더욱 가속화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매체 다양화가 지속됨에따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소수 재벌들의 기업경영으로 공정언론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는데 인수합병이 더욱 확산될 경우 이같은 우려는 더욱 가시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