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합성과 음성 인식은 PC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이다. 사람의 말을 통해 컴퓨터가 작동하고 처리된 내용을 음성으로 서비스하는 것은 사람과 컴퓨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최종적인 인터페이스 형식이기 때문이다.
대학 동기 2명이 의기 투합, 회사를 차린 지 1년 만에 음성합성 및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성공하고 국내의 내로라하는 PC 메이저들에 공급하는 벤처기업이 등장, 화제를 뿌리고 있다.
거원시스템(대표 박남규)이라는 직원 4명의 이 회사는 PC업계가 최근 새로운 전략상품으로 선정,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는 「말하는 인터넷PC」의 핵심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거원시스템이 개발한 대표적인 제품은 음성합성 소프트웨어인 한글 TTS 「젯-토크」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 「젯-보이스」이다. 「젯-토크」는 윈도 95에서 실행되는 모든 응용 프로그램 문서를 사람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역할을 한다. 워드프로세서나 인터넷 웹 브라우저는 마우스 클릭만으로 한글 음성이 출력된다.
이 제품의 특징은 54가지의 다양한 목소리를 지원함으로써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남자, 여자, 혹은 로봇 등의 목소리를 선택해서 들을 수 있고 읽는 속도는 물론 음높이, 효과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한자와 영문(외래어)까지 지원되는 것이다.
거원시스템은 이 소프트웨어를 삼보컴퓨터 현대전자등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고 있고 세진컴퓨터와도 공급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품질관리가 엄격한 대기업이 직접 채택할 정도로 기술과 제품의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음성 인식 소프트웨어인 「젯-보이스」는 국내 최초로 화자 독립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끈다. 기존 제품의 경우 PC에서 음성을 통해 간단한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사용자의 목소리로 사전에 이를 인식시키는 「학습 과정」이 필요했으나 「젯-보이스」는 50명 이상의 다양한 발음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이같은 사전 학습 과정을 생략한 화자 독립형을 실현했다.
이 제품 역시 그간 사운드카드 전문업체인 옥소리에 OEM 공급했고 최근에는 이를 인수한 한솔전자에 납품하고 있어 기술력은 충분히 검증받은 상태이다.
거원시스템은 또 마이크로소프트 스피치 API용 음성합성 엔진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거원은 「젯-토크」 엔진을 마이크로스프트의 이 부문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스피치 API에 맞게 「OLE 컴포넌트 오브젝트」 형태로 구현했다.
거원시스템은 서울공대 84학번 동기인 박남규, 정재욱 두사람이 지난해 5월 창립했다. LG전자에서 5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던 박 사장과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정 실장이 아예 회사를 차린 것이다. 학창 생활때부터 절친한 친구이면서 『언젠가 우리끼리 회사를 한번 해보자』는 농담(?)을 주고받았던 것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들은 당초 멀티미디어 관련제품 개발을 겨냥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글 관련 소프트웨어가 적합하다고 판단, 음성합성 및 인식부문에 뛰어 들었다.
한글 부문은 마이크로스프트를 비롯, 세계적인 거대기업들도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원초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거원시스템의 올 예상 매출액은 3억원. 내년에는 6억원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기술력은 이미 확보되었고 벤쳐기업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마케팅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영업망은 전문회사인 새롬기술과 제휴해 해결한다.
연말께에는 음성 관련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한데 묶어 판매에 나서고 이미 「아싸 노래방기기」에 공급하고 있는 「가라오케 미디 플레이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현한 「윈도우용 X-MIDI」도 출시할 계획이다. 연락처는 578-8732.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