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취미 18] 유니온컴퓨터(주) 김수연 사장의 "난 수집"

『암향(暗香)조차 부동터라』라는 고시조의 한 구절처럼 난이 갖고 있는 그윽한 향기는 난의 가장 큰 매력이다.

82년 창립이래 15년 동안 컴퓨터의 외길을 걸어온 유니온컴퓨터(주) 김수연 사장(46)의 취미는 난 수집이다.

가장 정적이면서도 강함과 부드러운 자태를 동시에 갖고 있는 난의 기품에 반해 지난 10여년간 난 수집에 열중해 왔다. 이제는 난과 대화를 나눌 정도로 난에 관한 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다.

주로 보세난이나 철골소심, 적아소심을 키우고 있다. 이외에도 틈틈이 수집한 수십점의 난들이 집안을 메우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부인이 수집에 더욱 열심일 정도로 온가족 모두 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이 가장 좋아하는 난은 「동양란」.

서양란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잎이 만드는 선의 아름다움은 동양화의 선 미와 유사하다고. 특히 소박하면서도 강직해 보이는 동양란은 서양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품이 배어 있어 좋아한다.

『너무 춥거나 더운 곳, 지나치게 건조하거나 습한 곳에서 자랄 수 없어 난 재배가 까다롭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사람이 사는 환경, 사람과 같다고 생각하면서 키우면 어려울 것도 없다』는 게 김 사장이 그동안 익혀온 난 수집의 지론.

화려해 보이는 다른 어떤 취미생활보다도 정신건강에 유익하고 시간과 장비에 의존하기보다는 「정성」 그 자체만을 쏟아야 하는 취미활동이기도 하다.

바쁜 일과에 지쳐 자연과 벗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이 자연과 생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난과 접해보기를 권하고 싶다는 김 사장은 난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각박한 사회생활에서 하나의 청량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