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업도 있어요] 영화전문홍보가

영상산업이 21세기 유망사업으로 부각되면서 요즘들어 영화관련 분야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영화판에 뛰어든 젊은이들중 대다수는 감독, 배우, 시나리오작가등 영화제작과 직접 관계되는 전통적인 직종을 선망하지만 최근들어 새로운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영화전문홍보가에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이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에서 영화기획, 홍보, 마케팅을 전담하는 영화전문홍보분야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외국 메이저 직배사들이 국내에 속속 진출하고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부터다.

영화제작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는 메이저 직배사들의 한국내 지사들은 영화의 흥행여부가 작품과 감독, 배우 못지않게 홍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는 판단에 따라 영화전문홍보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 분야가 유망직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대거 진출하면서 영화전문홍보가는 더욱 각광받는 직종으로 부상했다. 대기업들이 영화사업에 대한 경험이 적은 데다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영화홍보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영화전문홍보가들로 구성된 전문기획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3년전 부터 국내에는 영화기획및 홍보만을 대행해 주는 영화홍보 전문업체들이 속속 등장, 현재는 20개 안팎에 이를 정도다.

지난 3월에 설립된 젊은기획도 요즘 주목받는 영화홍보 전문대행사중의 하나다. 이 회사에는 모두 세명의 영화전문홍보가가 활동하고 있다. 세사람 모두 영화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20대 후반의 여성들이다.

실장을 맡고 있는 채혜연(29)씨는 비디오잡지사에서 4년 가까이 영화담당기자로 활약해오다 최근 영화전문홍보가로 변신한 경우이나 나머지 두사람은 영화사에서 홍보전문가로 활동해온 이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자신들이 홍보의뢰를 맡은 영화에 많은 관객들이 몰릴 수 있도록 영화를 포장하고 알리는 일이다. 한국영화의 경우 제작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 영화제작의 마지막 단계를 이들이 맡는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영화사로부터 홍보의뢰가 들어오면 영화를 여러 차례 감상한다. 그런다음 기획회의를 통해 주관객층을 설정하고 바로 본격적으로 영화알리기 작업에 착수한다. 시사회에 착석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협찬사를 섭외하며 광고예산안도 짜야한다. 이와 병행해 언론사를 대상으로 활발한 홍보활동을 전개해야 하며 예비 관객들의 눈길을 모으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마련해야 한다. 외국에서 배우나 감독이 내한할 경우엔 이들의 일정을 관리하는 일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홍보대행업무를 통해 이들이 받는 홍보대행비는 작품의 스케일이나 홍보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1천만∼2천만원을 받는다. 일부 영화사의 경우 홍보대행비외에 흥행성적에 따라 런링로얄티를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기획의 경우 지금까지 2편의 영화를 홍보했으며 현재 올 연말 개봉예정인 3편의 홍보를 맡고 있는데 대부분이 아트영화라 회사를 겨우 운영할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채혜연씨를 포함해 세사람은 요즘 자신들이 몇달동안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홍보한 영화가 관객들로부터 기대이상의 호응을 얻었을 때의 그 기쁨을 맛 볼 수 있는 이 일에 흠뻑 빠져 있다.

한편 영화사가 홍보대행업체를 선택할 때는 그 회사의 규모나 자본력보다는 그 회사에 몸 담고 있는 홍보전문가의 경험과 인맥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홍보전문가를 꿈꾸고 있다면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 분야의 전문인력을 양서하는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에 영화판에 직접 뛰어들어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국내 영화계가 아직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점차 국내 영화시장이 확대되면서 요즘 젊은이들 중에는 연출은 물론 영화기획및 홍보분야를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영화의 본고장인 미국 등지로 유학을 떠나고 있어 머지않아 국내 영화홍보분야에도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