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TFT LCD를 양산할 예정인 현대전자가 세계 최대 노트북PC 업체인 일본 도시바와 OEM 공급 및 기술지원 계약을 체결(본지 25일자 9면)한 것은 일단 후발주자인 현대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와 도시바는 사실 올 초부터 OEM 거래를 위한 협의를 해 왔으며 현대전자의 설비도입이 거의 마무리된 6월 이후에는 도시바측 기술진이 이천공장에 투입될 정도로 양사의 관계가 가까워졌다.
TFT LCD의 제1기인 3백70×4백70㎜ 라인의 경험도 없이 곧바로 5백50×6백50㎜ 라인구축에 들어간 현대전자에는 가장 시급한 것이 생산기술의 확보였기 때문에 도시바측의 기술지원은 「단비」격인 데다 생산된 제품의 공급처를 확보, 사업초기의 가장 큰 장벽인 판매문제를 크게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납품조건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시바와의 고정적인 거래와 지속적인 기술지원은 생산라인의 안정화와 제품의 빠른 품질향상을 가능하게 해 시장여건이 좋은 시기에 제품을 적기출하함으로써 현대가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조기에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요자가 공급자에게 매달리는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도시바와의 OEM 계약은 현대가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가 TFT LCD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도시바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이번 현대와의 계약과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도시바는 과거 국내 오리온전기와 대만의 중화영관에 OEM을 전제로 자사의 STN LCD 생산설비를 이전했다가 시장상황이 바뀌자 일방적으로 OEM 거래를 파기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원래 3백70×4백60㎜ 규격의 STN LCD라인 2개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이를 해외로 이전하고 IBM과 합작으로 DTI社를 설립, 재빠르게 TFT LCD에 뛰어드는 한편 자사 노트북PC에 STN대신 TFT LCD를 채용하는 면모를 보였다. 도시바는 12.1인치 TFT LCD의 공급이 달리자 이의 확보를 위해 현대와 OEM 및 기술지원 계약을 맺고 언론을 통해 이같은 한, 일간 국제적 제휴가 확산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흘리고 있지만 상황이 바뀐다면 언제 현대로부터 손을 뗄지 모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우려다.
더욱이 도시바의 계열사인 DTI가 기존 1공장에 이어 5백50×6백50㎜ 규격의 2공장을 설립, 최근 가동에 들어가는 등 TFT LCD의 생산량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 도시바 스스로도 내년 3‘4분기 예정으로 후카야에 TFT LCD용 5백50×6백50㎜ 라인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불안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