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반도체산업협회 및 연구조합 주최로 지난 25일 천안 호서대에서 열린 제1회 「반도체장비 품평회」는 반도체 경기침체로 반도체 3사를 비롯한 소자업체들의 원가절감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시점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장비 및 핵심부품 국산화에 성공한 8개사의 발표에는 1백50여명이 넘는 소자업체 엔지니어와 구매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반도체 거품이 걷히면서 원가절감을 위한 국산장비 채용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위해 전과 달리 필요이상의 규격요구를 자제하고 있는 만큼 품질대응력만 있다면 국내 장비업체들에도 최근의 분위기는 분명 호기라고 본다.』(LG반도체 구매관 계자)
국책과제인 중기거점 기술개발사업의 1차연도 성과인 8개 개발제품에 대한 이날 품평회에서 특히 수평식 메모리 테스트핸들러(미래산업), 스핀스크러버(한국DNS), 드라이펌프 핵심부품(케이씨텍), LOC형 다이본더(탑ENG) 등이 많은 눈길을 끌었다.
수평식 핸들러는 한번에 64개의 칩을 테스트할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이, 웨이퍼를 세정하는 스핀스크러버는 국내 최초의 전공정 장비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였다. 특히 이들 두 제품은 성능면에서 외산에 전혀 손색이 없고 부품 국산화율이 모두 70%에 가까워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드라이펌프 부품개발에 성공한 케이씨텍도 그간 전량 완제품 수입에 의존해 온 드라이펌프의 국내생산 가능성을 높여줬다. 탑ENG가 개발한 다이본더도 리드 온 칩(LOC)타입의 16MD램 이상 제품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라는 점에서 인기를 모았다.
특히 그간 국책과제의 성과가 생기원 및 학계 등 산업현장과는 거리가 있는 관계자들의 평가에 좌우돼 온 것과는 달리 실제 사용자에 의해 평가를 받는 자리라는 점도 의미를 둘 만한 대목이다.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특정업체와의 협력관계가 있는 경우 좋은 제품을 다른 수요업체에 소개할 기회가 사실상 거의 없는데 이런 자리는 많은 수요업체 관계자들에게 한꺼번에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종필 반도체연구조합 사무국장도 『오늘 이 품평회는 대다수 장비업체들이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이 수율에 있는 만큼 반도체장비는 아무리 가격이 싸도 품질이 떨어지면 채용될 수가 없다는 각오로 개발과 생산에 임하고 있음을 확인한 자리』라고 말하고 『앞으로도 수요업체인 소자업체와 장비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효과적인 국산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품평회에는 삼성, LG, 현대, 한국전자 등 반도체 일관가공 4사 관계자들이 몰렸던 종전과는 달리 최근 비메모리사업 참여를 선언한 아남산업의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