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입후 전자업계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유통이다. 특히 현재 전자3사를 중심으로 뿌리내려 있는 전속대리점 체제가 급속히 붕괴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우선 OECD에선 기업간 수평, 수직 협정에 의한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 현재의 전속대리점 체제는 배타적 거래로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양판점의 위상이 높아짐을 의미하는 한편 전속대리점들도 상당수가 양판점화되면서 전자유통체제의 다양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이로인해 저가 판매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여러가지 형태의 판매기법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이 경우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거대한 유통업체로 자리잡은 선진 유통업체들이 다양한 판매기법을 동원, 국내 유통시장에서 군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일본 전자양판점들이 한국시장에 상륙하는 시점부터는 가전제품을 비롯한 국산 전자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추락할 공산이 크다. 물론 단기적으로 나타날 현상이지만 아주 빠른 속도로 전자시장의 일부를 외산품에 내주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전자양판점들의 한국시장 진입은 사실상 다른 외국 기업의 유통점 진출에 비해 그 강도가 훨씬 높다고 봐야 한다. 일본 양판점들은 한국시장 진출의 시기를 AV기기를 중심으로 한 전자제품의 수입선 다변화 해제에 맞춰놓고 있는데 이는 세계 전자시장을 석권하다시피하고 있는 일본 브랜드를 자유롭게 취급할 수 있어야 한국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 양판점들이 한국진출을 다각적으로 검토하면서도 아직 국내시장에 점포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전속대리점 체제를 다지면서 가전유통시장을 주도해 온 전자3사의 경우 이에 대비해서 몇년 전부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으나 유통시장 개방에 이은 수입선 다변화 해제가 현재 장악하고 있는 시장 중 일정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외국 브랜드에 내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형 직영점의 설립에 잇따라 나서는 등 전속대리점 약화에 대비한 다양한 유통경로 구축에 힘쓰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은 현재의 전자유통시장을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가는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며 전자시장을 이끌어온 전속대리점들이 여러 형태로 변모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