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元俊 특허청 전기심사담당 부이사관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국제적인 통상마찰이나 분쟁은 상당수가 국제규범을 잘못 이해하는 데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적재산권은 독립된 재산권으로 헌법상으로 인정된 무체(無體)재산권이다. 무체 재산권인 지적재산권의 특성은 형태가 없고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부분이 추상적이어서 쉽게 침해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일반 재산권과 크게 다르다.
한편 정보통신 수단의 발달로 인해 국가간에 과학기술정보가 신속하게 교환되고 유통되면서 지적재산권은 그 모방이나 보급이 쉽게 이루어지는 국제적인 특성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 때문에 96년 1월부터 대부분 국가의 관세법이 개정되었는데 중요한 내용은 수출 상대국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서는 권리자가 세관에 신고만 하면 세관을 통관하기 전에 일정 기간 압류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수출을 위주로 하는 우리 기업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변화 부문이다.
국내 경제가 불황의 징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과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으로 우리 기업은 새로운 경제질서에 대응하면서 특허를 비롯한 지적재산권 부문에서도 새로운 국제규범을 준수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내적 환경 개선의 핵심을 기술개발이라고 할 때 기술개발을 가로막는 장애요소는 선진국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첨단기술에 대한 기본특허들로 우리 기업은 선진국이 이미 그물처럼 처놓은 특허 지뢰밭에서 기술개발을 시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새로운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대응전략은 각 부문에 걸쳐 다각도로 연구되고 준비되어야 하겠지만 특히 지적재산권 부문에서는 상품개발 단계부터 철저히 특허정보를 조사해 기술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얻는 동시에 지적재산권 분쟁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R&D 투자와 함께 수준 높은 특허발명을 해서 선진국 등 해외에서 등록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계적인 전자, 정보산업체들은 개발된 기술을 특허 등으로 보호하면서 후발주자들로부터는 막대한 로열티를 챙기기 때문에 R&D 투자와 함께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제환경의 변화가 우리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이윤을 가져오지 않는 특허 등에 대한 관리는 흔히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쉽다. 그러나 국제수지를 개선하고 우리에게 유리한 무역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특허나 상표 등에 대한 권리확보는 매우 중요한 전략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해외 특허출원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면서 선진국들과의 크로스 라이선스 등을 통해 국제간 특허분쟁 대응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국내 PC 관련업체들이 종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탈피하여 고유 브랜드를 개발하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는 기업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주의 물결은 머지 않아 우리 기업이 수출하는 제품에 대해 클레임을 제기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보여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기업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개발된 기술을 법적으로 보호받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국제규범을 준수할 수 있는 합리적인 특허관리기법을 개발해 국가간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