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때 정보인프라에 대한 신규투자는 바람직한가.
정보시스템 구축이나 새로운 물류시스템의 도입 등 정보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경기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을 맞이하면서 과거 호황기에 세워 놓았던 정보인프라 구축계획이 차후로 미뤄지거나 무기한 보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불황기일수록 정보인프라에 대한 신규투자를 늦추지 말고 원래 계획대로 적극 추진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정보시스템 부문에 대한 투자가 경기변동에 따라 다소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대체로 연평균 4∼5% 가량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극심한 불황기였던 지난 91년에도 정보시스템 분야에 3.4% 정도의 투자 증가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기업들이 불황타개책의 주요 수단으로 정보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정보시스템에 대한 지출을 비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회수 가능한 투자」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경기불황 때 미국 기업들의 정보시스템 부분의 지출 패턴을 살펴보면 새로운 형태의 정보시스템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정보화 추진부서의 인력 구조를 신기술 및 보유인력 중심으로 재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드웨어 비용을 감축하고 전산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분석을 훨씬 강화했다. 즉 미국 기업들은 정보기술을 경영혁신의 중요한 전략적인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일본의 기업들은 불황 때 정보시스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0.1∼1.1%에 불과했던 지난 92년부터 93년까지 정보기술(IT)분야 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 2∼4%대로 떨어졌다. 호황기 정보시스템 부문 투자증가율이 10%를 상회했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 기업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일본기업들이 정보시스템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일종의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기업들은 불황 타개를 위해 정보기술에 의한 기술축적 및 생산성 향상보다는 전통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불황에 민감한 「노동력 의존경영」이라는 일본 기업의 취약성을 대변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정보인프라에 대한 인식도 일본의 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불황기에 접어들면 그동안 의욕적으로 세워 놓았던 정보시스템 분야에 대한 신규 투자를 미루거나 전면 보류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라며 『정보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비를 단순히 비용으로만 파악하지 말고 기업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국내기업들이 불황 타개책의 일환으로 명예퇴직제 등을 도입하고 사무생산성 향상, 경영혁신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으나 정작 정보시스템이나 정보인프라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보시스템이나 정보인프라 구축을 단지 비용요인으로만 파악해오던 것에서 탈피, 업무 리엔지니어링 또는 전략적인 도구로 파악하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불황기에서 호황기로 접어들었을 때 부랴부랴 새로운 전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이미 시기적으로 늦는다는 지적이다.
〈장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