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컴퓨터업계에서 올들어 가장 큰 주목을 끌었던 네트워크 컴퓨터(NC)가 점차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고 있다.
『검토단계에서 이제는 관망상태로 바꾸었다』는 국내 컴퓨터업체 한 관계자의 이야기에서 손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국내 컴퓨터업계의 NC사업에 대한 의지는 적극적인 면에서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 변화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올초 NC에 대한 관심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할 때도 국내 업체들은 사업전망의 불투명으로 일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NC사업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같은 자세의 이면에는 NC수요가 늘고 시장이 확대될 경우에는 언제든지 NC개발 및 생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같은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데 그 차이가 있다.
이것은 NC사업에 대한 전망이 이전보다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사업참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NC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퇴조하고 있는 것은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NC를 과연 어떻게 정립해갈 것인가 하는 개념 상의 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특히 최근 인터넷 TV 등 보다 저렴하게 NC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즉 컴퓨터의 여러 가지 기능을 삭제해 가격을 50만원대로 낮추고 인터넷에 연결하는 컴퓨터환경을 구현하겠다는 NC의 강점이 점차 매력을 잃고 있어 시장 형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국내 컴퓨터업TV 관계자들은 ∼인터넷TV의 경우 203TV원 정도가 추가되면 TV는 물론 인터넷까지 접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NC를 구입할 소비자가 있겠는가』라며 NC의 시장형성 자체에 대해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 『NC사업은 결국 소프트웨어사업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메이커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또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초간편PC(SIPC)와 같이 PC의 기본기능을 수행토록 하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저가의 PC를 생산, 판매하는 것이 훨씬 사업성이 있다는 주장이 최근 급격히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현대전자 등이 NC에 대해 관망상태로 돌아섰으며 가장 적극적으로 NC사업에 의지를 내보였던 LG전자도 당초 올 연내로 NC를 개발, 생산하겠다는 당초의 목표에서 한발 후퇴, 올 11월 미국에서 열리는 컴덱스에 시제품을 선보이고 제품생산은 내년 1,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LG전자도 NC시장의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이같은 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국 PC를 뒤이을 제품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던 NC는 어쩌면 시장에 출시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밖에 없게 되거나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재등장할 지도 모른다는 게 국내 컴퓨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