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유통의 「TK화 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태풍의 눈」으로 비교됐던 세진컴퓨터랜드에 이어 대구에서 태동된 컴퓨터양판점 나진컴퓨터랜드(대표 이상봉)가 서울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컴퓨터를 제2의 가전」으로 표방하고 세진보다 더 빠른 유통망 확산능력으로 서울점령을 꿈꾸는 나진의 무차별(?)공격이 컴퓨터유통의 회오리로 또 한번 떠오르고 있다. 대대적인 홍보와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장점으로 삼는 「세진」과 이웃 구멍가게 같은 친근감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으로 비교되는 「나진」의 한판승부가 자못 흥미진진하다.
「나진컴퓨터랜드」가 처음 문을 연 것은 지난해 12월30일. 「세진컴퓨터랜드」에 비하면 세력과 연륜면에서 햇병아리에 불과하다. 경쟁의 상대가 안되리란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만은 않다. 1년이 채 안된 나진의 유통망은 대구, 경북지역에만 이미 9개의 지점을 내고 있다. 유통망 확산력이 가공할 만하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내년까지 전국에 1백70개의 지점을 설립한다는 당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서울을 구별로 나눠 평균 4개의 지점을 설립하고 지방은 주요 상권마다 지점을 개설하는 점조직 운영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AS점도 4개지점마다 하나씩 운영한다. 말 그대로 「컴퓨터유통의 체인화」를 실현하기 위한 경영전략이다.
이와함께 세진과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슬림경영을 추구하는 것도 나진의 새로운 「세진이기기」전략. 세진이 건물 한동을 1개지점으로 운영하는데 반해 나진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일반 건물에 임대로 입주한다는 전략이다. 또 대대적인 홍보나 이벤트,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절대사절. 행사나 홍보, 디스플레이비용이 원가에 가산되면 제품가격은 자연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저 오며가며 따뜻한 이미지를 심어주고 친근감 있는 대면으로 이미지를 뿌리내린다는 전략이다.
11월중에 서울에 4∼5개의 매장을 동시 개설해 본격적으로 「세진」에 도전장을 내겠다는 나진의 각오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미 밟아온 「세진」의 전철을 교훈 삼아 버릴것은 버리고 챙길 것은 챙길 수 있어 훨씬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나진의 한 관계자는 『「세진돌풍」이 있었다면 분명히 「나진태풍」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컴퓨터업체와 「세진」이 맞붙은 컴퓨터 유통시장에 돌연 나타난 나진의 존재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같은 컴퓨터유통시장에 나진의 출연은 분명 「무서운 아이」임이 분명하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