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커넥터산업은 자동차용과 가전용이 근간을 이루는 가운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디지털 휴대폰 서비스 개시 등으로 이동통신기기 관련 커넥터가 급부상한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컴퓨터용 커넥터 부문에서도 향후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해 흥미를 끌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그간 연평균 20%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해왔고 지난해에는 특히 3천5백억원대를 형성, 25%의 성장을 기록했던 국내 커넥터 시장이 올해는 국내 산업경기의 전반적인 침체로 약 10%가량 늘어난 3천9백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커넥터 생산업체들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연초에 세워놓은 매출목표를 10% 이상씩 하향조정했고 일부에서는 전년도 실적달성에 급급해하는 업체들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업체들은 최근 몇년새 국내 세트업체들의 잇따른 해외진출로 가전용을 중심으로 한 국내 커넥터 수요가 줄어드는데 대응, 대기업과 동반진출 또는 독자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초 중국에 진출해 국내에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각종 소켓류를 생산, 국내에 반입하고 있는 우영은 올 들어 중국공장의 생산품목을 대폭 늘리는 한편 내년 초에는 중국내에 공장을 추가로 건설, 공급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협피치 커넥터 전문업체인 골든콘넥터는 국내에서 경쟁력이 약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 94년에 설립한 인도의 합작공장을 최근 8백평 가량 증설,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가전용 커넥터업체인 연호전자는 올 초 대우전자와 멕시코지역에 동반진출했으며 90년대 초 삼성전자와 동반진출한 대희전자, 유림전원공업 등도 기존 멕시코공장의 생산능력을 확대해 현지적응력을 기르고 있다.
한국단자, 한국몰렉스, AMP코리아 등 상위 3사간의 수위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선 지난해에 전년대비 36% 늘어난 5백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한국단자가 올해에는 20% 가량 늘어난 7백1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고, 한국몰렉스는 올 들어 가전용의 비중을 줄이고 통신용 및 자동차용 커넥터사업에 집중투자함으로써 6백억원대의 매출을 계획하고 있다. AMP코리아도 지난해 완공한 경산공장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자동차부문의 연합블록사업 및 통신용 초고속 커넥터사업 등에 초점을 맞춰 올해 6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올 들어서는 한국몰렉스, AMP코리아, 한국버그전자, 히로세코리아 등 외국자본계열 업체들이 국내에서 원숙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가전, 자동차 관련 커넥터를 중심으로 국내생산 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으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초고속 통신망 등에 사용되는 통신용 커넥터의 국내생산도 늘려나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커넥터 시장을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용 커넥터 시장이 지난해 1천2백억원에서 19% 가량 늘어난 1천4백억원, 통신관련 커넥터는 전년대비 14%가량 늘어나 1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나마 사정이 나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가전용 및 컴퓨터용 등은 전년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년간 국내 커넥터 시장을 이끌어 오다시피한 자동차용 커넥터의 경우 타부문에 비해 활기를 띤 분야로 특히 기존 업체들과 사업다각화를 위해 이 시장에 진출한 가전용 커넥터 전문업체 및 외국자본 업체들과의 승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시장은 현재 한국단자공업과 AMP코리아가 시장을 양분하고 한국유니온머시너리(KUM), 일흥공업 등이 점유확대에 힘쓰고 있는 가운데 지난 90년 이 시장에 참여했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한국몰렉스가 그간 자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해온 가전용 커넥터 수요감소에 대응, 적극적인 공세를 펼침에 따라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몰렉스는 최근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용 커넥터부문에 투자를 집중키 위해 최근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통합하고 자동차용, 통신용, 가전용 커넥터 부문을 각각의 팀으로 구성하는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개발, 생산체제를 재정비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자동차용 퓨즈박스 및 카오디오용 커넥터를 공급해온데 이어 최근에는 자동차 통합컨트롤시스템용 1.0㎜ 라운드 커넥터를 개발, 일부 업체의 차기 자동차모델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PC 및 통신용 커넥터 시장에서 강한 히로세코리아도 자동차와 통신을 접목한 자동차 AV시스템 및 자동차 전장화에 필수적인 엔진 컨트롤 유닛(ECU), 트로틀밸브 컨트롤 유닛(TCU), 에어컨 컨트롤 유닛(ACU)용 커넥터와 카내비게이션용 커넥터, 전기자동차용 ECU 커넥터, 자동차 LAN용 커넥터의 양산에 착수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버그전자는 통신 및 컴퓨터용 커넥터 전문업체로서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우선 올해부터 네덜란드의 유럽버그社에서 자동차용 커넥터를 들여와 국내에 공급하고 단계적으로 국내에 라인을 구축,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컴퓨터, 가전용 커넥터를 주로 생산해온 엘코코리아도 올해에 자동차용 커넥터시장에 진출키로 하고 초기에는 일본 엘코 등 해외의 엘코 현지법인으로 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국내에 선보일 방침이다.
반면에 한국단자공업은 수성을 위해 최근 그동안 대부분 수입해온 자동차 엔진컨트롤시스템(EMS) 및 변속기제어장치(TCU), 전자제어장치(ECU)용 88핀 커넥터를 개발해 북미 수출차용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들어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자동차 ECU용으로 1백핀 이상의 고밀도 다핀 커넥터의 개발이 검토됨에 따라 앞으로는 1백34핀 제품 등 차세대 커넥터도 개발, 시장을 선점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자동차의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자동차업체의 부품표준화 추세가 국내 자동차업계에도 확산됨에 따라 최근 이에 채용되는 커넥터인 「090」시리즈를 개발, 국내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MP코리아도 인터네트의 IBM네트워크를 통해 제품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지난 85년 국내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건설한 안성공장의 생산라인의 자동화를 93년부터 추진, 지난해부터 완전 자동화라인을 갖추고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경산공장과 함께 양대 생산체제를 갖춰 본격적인 품질경영체제를 통한 시장수성에 나서고 있다.
올들어 국내 커넥터업계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부문은 통신용 커넥터. 지난 4월부터 CDMA방식의 디지털휴대폰서비스 실시를 계기로 휴대폰 단말기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히로세코리아를 비롯해 AMP코리아, 한국버그전자, 우영, 골든콘넥터 등 통신용 전문커넥터업체들이 인터페이스 및 충전기용 배터리커넥터를 잇따라 개발,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광케이블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광커넥터는 커넥터업체들이 사업다각화의 품목으로 가장 선호하고 있는데 이는 광커넥터가 현재 절대적인 수요를 가지고 있는 광전송시스템분야 뿐만아니라 앞으로는 일반 OA기기, 음향기기, 광센서 등으로 응용 및 적용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 광커넥터시장은 커넥터전문업체 가운데서는 히로세코리아가 한국통신등에 가장 많은 납품실적을 가지고 있으며 후발주자로 한국단자, AMP코리아, 한국몰렉스, 국제콘넥타, 골드콘 등이 국내 조립생산을 위주로 시장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초고속 통신용커넥터 시장에서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한국버그의 「메트랄」과 AMP코리아가 기능을 향상시켜 선보인 「Z팩」의 대결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으며 지난해 통신용 커넥터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윈체스터社와 제휴, 남동공장에서 조립생산하고 있는 한국단자와 히로세코리아, 한국몰렉스 등도 각각 신제품으로 초고속 커넥터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대만산이 국내시장을 장악해온 PC용 커넥터시장은 지난해말부터 AMP코리아, 한국몰렉스, LG전선 등이 차세대 신개념 PC를 겨냥한 선행투자를 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AMP코리아는 지난해부터 PC의 새로운 조류로 떠오르고 있는 USB규격의 커넥터를 국내 PC업체에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한국몰렉스도 최근 몰렉스 본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차세대 PC용 커넥터 「EVC(Enhanced Video Connector)」를 선보였다. LG전선은 미국의 팬다 프로젝트社와 손잡고 컴퓨터 기판면적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는 컴퍼스(Compass)커넥터를 독점생산, 전세계에 공급키로 했다. 특히 최근에는 박막트랜지스터형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가격하락과 영업사원 등의 기동력을 살리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로 인해 노트북PC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관련 커넥터 수요도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CPU소켓, PC MCIA카드용 커넥터 등 비교적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부문은 미국산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단가가 낮은 I/O커넥터 등은 대부분 모듈형태로 대만 등에서 수입, 채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노트북PC용 커넥터의 수입 의존도가 높은 것은 노트북PC용 커넥터가 대부분 협피치, 고기능 제품으로 부가가치는 높지만 국내 관련 시장규모가 아직 작아 국산화하기에는 채산성이 낮고 국산화하려고 해도 기능 및 신뢰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영은 최근 노트북PC용 협피치커넥터 시리즈를 개발, 연말까지 총 20개 시리즈를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최근 1∼2년새 시장규모면에서 별다른 신장가 없었던 가전용 커넥터부문은 한국몰렉스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엘코코리아, LG전선, 연호전자 등이 올해에도 전년도의 매출수준을 근근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가전용 커넥터에 근간을 두면서 각기 자동차 및 통신용 커넥터부문을 겨냥해 사업다각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백색가전용 커넥터부문에서 커넥터 상위 3사인 한국단자, 한국몰렉스, AMP코리아가 모두 기존제품의 단점을 대폭 보완한 제품을 선보여 시장점유율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한국몰렉스는 최근 기존의 P록 커넥터의 결합부분을 대폭 보완한 신제품 4개 시리즈를 출시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으며 AMP코리아도 더블록 플레이트를 사용함으로써 하우징과 핀의 오삽입을 방지한 파워더블록 커넥터를 선보이면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들 두업체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한국단자도 지난해 선보였던 퍼펙트록 제품을 보완한 「NEW1806」커넥터를 시판, 시장탈환을 선언하고 있다.
<주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