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LCD의 대면적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TFT LCD용 유리를 놓고 미, 일간 시장주도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US코닝과 일본의 아사히, NEG, 엔에이치테크노글라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유리전쟁은 미, 일간 공조체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도체용 웨이퍼분야와 달리 협조는 물론 표준화 자체도 어려운 이 업계의 실정상 갈수록 흥미진진해지고 있다. 특히 브라운관(CRT)용 유리산업의 원조이면서도 일본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미국은 평판디스플레이용 유리에서 만큼은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데다 삼성그룹이 미국측에 가세함으로써 점입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US코닝은 평판디스플레이용 유리의 주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TFT LCD용 유리분야에서 삼성그룹과 손잡고 지난 88년 합작연구법인 「CORSAM」을 설립한 데 이어 95년에는 「삼성코닝정밀유리」를 설립, 일본세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US코닝은 또한 일본에 자회사인 코닝재팬을 세우고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몇년전 CRT용 유리사업 부문을 아사히글라스에 매각한 바 있는 US코닝은 TFT LCD용 유리부문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를 장악하겠다는 각오다. US코닝은 최근 삼성과의 합작연구법인을 통해 연마공정이 필요없는 신퓨전공법을 개발, 기술적인 우위 확보를 추진하는 동시에 원판규격을 9백60㎜ 폭에서 1천1백40㎜로 늘렸다. 9백60㎜ 폭의 원판유리는 3백70×4백70㎜ 규격의 기판유리를 2장, 5백50×6백50㎜는 1장밖에 만들지 못하지만 1천1백40㎜ 유리로는 각각 3장과 2장을 만들 수 있어 생산성이 2배나 증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본업계는 아사히글라스가 플로팅공법, NEG가 다운로드공법을 들고 나와 기술적인 대응하고 있는 동시에 최근 아사히가 원판규격을 2천4백㎜로 대폭 늘려 반격을 가하고 있다. 2천4백㎜ 폭의 원판은 산술적으로 1천1백40㎜ 유리보다 2배 이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2천4백㎜ 폭의 원판은 그러나 불량률이 그만큼 높을 가능성이 크고 원판을 기판규격으로 잘라내는 가공라인에서는 여전히 1천2백㎜로 나누어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아직은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8백60㎜와 8백30㎜ 폭의 원판을 생산하고 있는 NEG와 엔에이치테크노글라스도 아사히에 가세, 원판의 대형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1세기 주력품목으로 부상할 TFT LCD시장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미, 일 유리업체간의 전쟁은 누가 보다 큰 양질의 원판을 생산하는지, 또한 가공라인에서 얼마나 큰 원판규격을 채택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특히 양측이 지원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태평양을 사이에 둔 미, 일간의 유리전쟁 양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