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 기행] 2002년 월드컵과 모빌컴퓨팅

한국통신 멀티미디어연구소 연구기획실장 허문행

88올림픽 때 경기장 뒤에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던 대형컴퓨터와 적지않은 기술변화를 거친 지금의 컴퓨터를 비교해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88올림픽은 규모가 매우 커져 이에 따른 첨단장비, 특히 컴퓨터의 역할은 행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우리는 그때의 주인공이었던 대형컴퓨터(IBM 3090)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현재 쏟아지는 웬만한 PC들이 이 대형컴퓨터 성능을 이미 능가해버렸고 이 컴퓨터가 차지한 초대형 전산실 공간 역시 책상 한 모퉁이 정도로 대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88올림픽 대형컴퓨터는 불과 10년도 안된 시절의 얘기다. 이제 우리는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해보자.

어떠한 첨단기술들이 등장해서 우리의 눈 앞에 전개될까. 88올림픽 행사를 치른 거대한 전산실이 지금 내 책상 한 구석으로 줄어들어 버릴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변화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변화의 주역으로는 움직이는 전산실, 즉 「모빌 컴퓨팅(mobile computing)」을 꼽고 싶다.

우리는 지금까지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두 가지 축, 즉 정보의 가공 용이도와 컴퓨터의 분산화 기술에 따라 정보화의 난이도를 결정해왔다. 물론 현재의 정보서비스는 분산화된 컴퓨터환경과 정보가공이 곤란한 분야로까지 급속히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두 가지 축 외에 지금까지 고정된 위치에서 유선통신망에 접속되었던 클라이언트(사용자)에 이동성(mobility)이 부가되면서 모빌 컴퓨팅이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중요한 변화의 축으로 등장한 것이다.

모빌 컴퓨팅은 크게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클라이언트(사용자)에 제공되는 단말부문, 이동용 클라이언트에 항상 연결성(connectivity)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서버의 데이터관리부문, 그리고 이 둘 사이를 연결해 주는 무선통신망부문 등이다.

이 가운데 모빌 컴퓨팅 발전의 핵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선통신망은 현재 우리에게 제공되는 이동전화(셀룰러 폰)와 PCS가 있으며 97년부터 한국통신이 서비스할 CT2 등이 있다. 하지만 이같은 무선망은 데이터 전송 대역폭이 최대 약 32 수준에 불과, 정보화시대의 필수사항인 멀티미디어 데이터 전송을 위한 최소 전송 대역폭 2에는 크게 못미치고 있다. 클라이언트 단말기인 경우, 「EO880」과 같은 모빌 컴퓨터는 프로세서 25(13밉스)의 프로세서, 메모리용량 12MB, 디스크용 64MB, 대역폭 14.4 등의 규격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일반 워크스테이션과 성능의 10분의 1 정도다.

이같은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업계는 현재 모빌 컴퓨팅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에서 무선망의 非보장성 연결을 전제로 한 데이터관리 방법과 이를 처리하기 위한 에이전트 형태의 처리기술 등의 연구개발이다.

미래 정보사회를 위한 차세대 통신망의 개발에 정보통신업계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또 이 분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2000년대초 「글로벌(정보의 형태제한 철폐:문자화상)」 「월드와이드(지역제한 철폐)」 「유니버설(공간제한 철폐:지상, 지하)」을 가능케 해주는 FPLMTS(Future Public Land Mobile Telecommunication System)의 실현을 장담하고 있음을 볼 때 모빌 컴퓨팅은 어느날 문득 우리 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에는 88올림픽 전산실이 내 주머니속에 작은 단추로 변화되어 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