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1)

흑인남자의 하체가 앞뒤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의 하체가 여자의 엉덩이로 밀착될 때마다 박자를 맞추듯 남자의 내장 깊숙히 숨겨졌던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재즈. 여자의 괴성. 사이렌 소리. 남자의 신음소리.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낸 사내는 한 손으로 검고 길게 나 있는 체모를 살살 쓰다듬으며 다시 자기의 물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작은 키에 비하면 사내의 물건은 비정상적으로 커 보였다. 화면의 흑인남자의 물건에 버금가게 컸다.

흑인남자의 하체가 앞뒤로 움직여 소파에 얼굴을 묻고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백인여자에게 밀착될 때마다 여자의 하얀 살결이 떨렸다.

땀. 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흑인남자의 얼굴 클로즈업.

이어 화면에서는 9시 방향에서 잡은 말간 핏빛 술잔에 걸친 여자의 검은 속옷이 비쳤다. 흔들리는 핏빛 술.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로 하체를 힘차게 밀착시킬 때마다 술잔의 출렁임이 거세졌다. 얼굴을 들고 눈을 까 뒤집은 채 입을 크게 벌린 여자의 얼굴 클로즈업. 다시 12시 방향의 카메라에서 잡은 화면이 보였다.

철썩, 철썩.

흑인남자가 백인여자의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여자의 괴성이 또다른 톤으로 울렸다.

약간은 따스한 죽음은 당신을 해치지 않을 거에요.

절대로.

자, 와서 나와 함께 휴식을 취해요.

나로 하여금 당신의 육체를 갖게 해줘요.

약간은 따스한 죽음, 오세요.

짧으나 감미로운 절정을 맛보아요.

오늘밤 나와 함께.

약간은 따스한 죽음.

찰나적인 숨가쁨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져요.

사내는 담배를 피워 문 손으로 턱을 괸 채 리듬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토닥토닥, 한쪽발로 박자를 맞추면서 담배연기를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의 괴성과 사이렌 소리를 코러스로 한 재즈의 흐름 속에서 사내는 모니터 속의 남녀를 통해 찰나적이지만 지고의 절정을 예감하면서 자신의 물건을 계속 주물러 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