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TV업계 모델 교체 시기놓고 고심

광폭TV시장이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어 TV업계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업계의 고민은 다름아닌 「4대3 TV의 모델을 언제 어떤 형태로 교체할 것이냐」다.

TV업체들은 광폭TV에 대한 수요가 96년부터 일기 시작해 97년부터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96년 이후에 적당한 시기에 한차례 정도 모델을 교체하고 이후에는 모델을 교체하지 않고 광폭TV시장에만 주력하겠다는 게 TV업계의 방침이었다.

그런데 광폭TV시장은 현재 전체TV시장에서의 점유율이 2%도 채 못되는 부진을 겪고 있다. 내년에도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TV업체들은 애초 계획한 모델 교체시기를 다시 조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두번 이상 모델을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전자와 LG전자는 95년 말과 96년 초에 각각 「개벽 X5」와 「아트비젼골드」를 내놓고 TV모델을 교체했다. 두 회사는 이들 제품의 후속모델을 1년쯤 뒤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이들 신모델의 지명도가 떨어질 때 쯤이면 광폭TV시장이 활성화해 광폭TV에 주력하면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광폭TV시장이 뜻밖에 수요가 부진하면서 두 회사는 최근 입장이 난처해졌다. TV의 생명주기(라이프사이클)가 1년 정도로 짧아진 상황에서 지금 모델을 교체하면 또다시 1년 뒤에 새 모델을 준비해야 한다. 참신한 기술을 채용한 제품개발이 거의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2번이나 모델을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회사가 최근 올 연말께로 예정된 모델 교체시기를 6개월 이상 늦춘 것은 이같은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경우 너무 오랫동안 한 모델을 끌고가게 돼 TV시장에서 입지가 위축될 것을 두 회사는 걱정하고 있다.

아남전자도 TV모델 교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광폭TV시장에 뛰어들면서 사실상 기존 4대3 TV에서 광폭TV로 제품 개발의 무게중심을 옮겨놓은 상태다.

그런데 광폭TV시장이 좀처럼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사는 새 TV모델을 도입하기도, 광폭TV에 전력하기도 어정쩡한 상태에 직면해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세 회사보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

이 회사는 올해 중반 가로화면의 비율을 늘린 「명품 플러스 원」을 내놓으면서 TV모델을 교체했다. 더 이상 TV모델의 교체는 없다는 게 이 회사의 방침이다.

그렇지만 광폭TV시장이 계속 활성화하지 못한다면 이 회사도 TV모델 교체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경쟁업체들의 관측이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명품 플러스 원」만큼 강력한 이미지의 TV 신모델을 개발해 내놓을 수 있을지 매우 의문시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