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津澤 한국몰렉스 사장
9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우리나라 전자산업은 4가지의 두드러진 변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중 가장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는 국내의 임금인상을 비롯한 전반적인 제조비용 상승과 후발경쟁국들의 추격에 대응하고 총체적인 해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가전업체들이 오디오기기 등을 중심으로 한 민생용 기기 등 전자제품 생산공장을 잇달아 해외로 이전하고 있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이같은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과 궤를 같이해 이들 제품과 관련된 것은 물론 첨단 정보통신 산업관련 연구, 개발 활동 및 근거지까지 해외로 이전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전세계적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해외 유명 전자회사에 대한 경영지배 목적의 투자가 늘고 있으며, 이에 못지않게 외국기업과의 로열티 지급 기술협력 계약의 체결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 등을 최근의 특징적인 추세로 들 수 있겠다.
이같은 4가지 변화의 공통점은 세계자유무역 체제질서 아래서 그 대상이 해외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과 변화의 내용이 「변화」라는 어휘가 주는 그러한 자연스러운 변화라기보다는 차라리 변화하는 주체가 스스로 목적적인 의지와 목표의 결과로서 생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같은 변화가 주체가 되는 기업의 강한 생존전략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변화와는 전혀 다른, 커다란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위험한 요소는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국내에 기반을 두고 생산 또는 연구개발시 창출되었던 부가가치의 지속적인 보전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해외생산 활동 및 해외거점 연구활동의 국민 경제에 대한 공헌도는 거의 「0점」이 된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는 전세계 생산 단위면에서 결국 「제로 섬 게임(Zero Sum Game)」의 주체 역할만 하게 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단기적인 측면에서의 위험요소로 정의하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경쟁대상이 되는 상대기업이나 그 기업이 소속된 경제단위에 마치 유급휴가와 같은 상당한 경영적 휴식기간이나 체력보강 기간을 주는 동안 우리가 대신 그 기업과 그 기업이 속한 경제를 우리 위험 하에서 지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전제는 우리가 앞서 열거한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전략경영을 서투르게 하였을 경우를 가정했을 때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나라 전자산업이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변화와 예상되는 위험요소를 잘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 아래 이번 대우전자가 프랑스의 국영업체인 톰슨사의 멀티미디어 부문을 인수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컬러TV시장에서 일본을 앞질러 세계 1위의 생산국으로 올라설 수 있게 했다는 사실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다.
또한 이번 톰슨멀티미디어의 인수를 계기로 우리 나라 전자산업 중 AV관련 분야의 국내외 자원이 최대한 잘 활용되어 더욱 안정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국내 연관산업분야, 특히 전자부품산업 활동이 한층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국내 산업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국내 전자업체들의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 해외 이전을 비롯한 해외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수밖에 없겠지만 될 수 있는 한 해당 기업들이 국내 산업에 긍정적이고 연속적인 파급효과를 줄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