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세트업체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았던 부품업체들이 납품선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부품업체들은 최근 전자제품의 수출부진과 세트업체의 해외진출로 인해 주문물량이 감소하자 한정된 세트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기존 거래방식을 탈피, 급격한 주문량 감소로 인한 위험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자립기반을 다진다는 방침 아래 납품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세트업체들도 제품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품협력사 모집정책을 보호 중심에서 자율 및 경쟁 위주로 전환하고 있어 부품업체들의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과거 생산량의 70% 이상을 삼성전자에 공급했던 저항기업체 아비코는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율을 꾸준히 낮춘 결과 현재는 생산량의 45% 정도만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적극적인 납품선 개척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갈 방침이다.
정밀급저항기 전문업체인 두원전자도 계측기업체인 흥창물산에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급했으나 92년 흥창물산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어려움을 겪자 다변화를 추진, 현재 흥창물산에 대한 의존도를 30% 이하로 낮췄다. 통신부품 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납품선 다변화가 새로운 품목의 시장 조기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다변화에 더욱 힘쓸 방침이다.
SMPS 생산업체인 선호전자통신은 LG전자, LG정보통신 등 협력업체에만 의존해 왔으나 내년부터는 효율을 높인 통신용 DC/AC컨버터를 개발, 납품선을 협력업체 이외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휴대폰용 어댑터를 생산하고 있는 아남정공도 현재는 삼성전자, 모토롤러 등이 주거래선이나 에릭슨, 필립스 등으로 확대를 추진중이다.
수정디바이스 업체인 국제전열공업도 그동안 미국 등으로의 수출에 중심을 두던 전략에서 벗어나 싸니전기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내수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PCB원판 제조업체인 코오롱전자도 거래선을 더욱 늘린다는 방침 아래 대덕산업, LG전자 등 대형 업체들과 경인지역의 중소 단면 PCB업체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부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납품선 다변화정책은 특정 세트업체만을 무작정 믿을 수 없다는 부품업체들의 절박한 심정에서 표출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부품업체의 자립기반을 다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거래업체가 많아져 관리비용은 높아지겠지만 일부 업체에만 납품해 기술개발노력이 소홀해지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는 부대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