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외길 40년」.
한국 피아노산업의 효시인 영창악기(대표 남상은)가 11월3일로 창립 40주년을 맞는다.
영창악기는 지난 56년 11월3일 창업주인 김재섭 현 대표이사 회장(74)이 종업원 10여명과 함께 현재 롯데호텔이 들어선 서울 소공동에서 외제 부품을 들여다 조립생산해 판매하는 수준으로 시작됐다.
악기산업이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서 피아노산업의 첫 씨앗을 뿌린 영창악기는 이후 65년 당시 세계 최대 피아노 제조회사인 일본 야마하와 10년간 기술제휴를 맺고 피아노 생산의 본격적인 기틀을 마련, 71년 처음으로 피아노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영창악기는 특히 수출 초기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보다는 자가상표인 「YOUNG CHANG」를 달고 제품을 수출하는 등 품질에 대한 자존심도 대단했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92개국에 연간 1억달러 상당의 수출실적을 올리게 됐다.
91년 영창악기는 드디어 피아노 생산량에서 일본 야마하를 제치고 세계 최대 피아노업체로 올라섰으며 지난해 가을엔 4천만달러를 투자해 중국공장을 가동하는 등 피아노 업체로의 자리를 다져나가고 있다.
이처럼 영창악기가 세계 최대 피아노 업체로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은 국제적인 생산, 판매체제 구축, 첨단 전자악기 기술확보 및 창업주인 김재섭 회장의 독특한 외길 피아노 인생 등이 어우러진 때문.
영창악기는 이미 80년대초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해 해외 거점확보에 나섰다. 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캐나다 토론토, 독일 뒤셀도르프 등에 각각 현지 판매법인망을 구축했으며 91년엔 중국 天津에 피아노 부품공장을, 93년엔 피아노 완제품 공장을 완공했다. 한국, 미국, 중국을 잇는 3각 생산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영창악기는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에도 과감히 나서 자동연주 피아노 및 消音피아노, 하이브리드피아노 등을 개발했다. 또 세계 최고의 전자악기 업체였던 미국 쿼즈와일社를 인수해 이를 기반으로 미국 보스톤에 R&D 연구소를 설립, 국내 최초의 신시사이저인 「K 2000」과 멀티미디어용 음원칩 등을 개발했다.
김재섭 회장의 고집스러운 외길 인생도 오늘의 영창악기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회장은 피아노 수출 당시부터 OEM 방식을 거부하고 독자 상표로 승부를 걸었으며 84년 상장기업이 된 이후에도 모든 배당 이익금을 첨단 공장설비에 투자했다. 지금까지 변변한 사옥 하나 없이 지내온 김회장은 영창악기제조(주) 이외의 방계회사 하나도 없을 정도로 오직 피아노에만 매달렸다.
영창악기는 창립 40주년을 맞아 생산성 10% 높이기 운동, 원가 10% 절감 운동, 판매 20% 늘리기 운동 및 노사협력 관계 유지 등을 통해 세계 최대 피아노 업체로서의 지위를 지켜나갈 계획이다.
한편 영창악기는 창립 40주년이 되는 3일 인천 시민운동장을 빌려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했으나 최근 삼익악기의 부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아 1일 오전 9시 인천 본사 공장에서 3천여 임직원 및 대리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내사만 가질 예정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