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가전제품은 "인테리어 가전"

「기능성 가전제품은 더 이상 필요 없다. 가전제품도 가구이다. 이왕이면 실내 장식과 어울리는 인테리어 가전으로 가자.」

소비자가 제품의 기능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입증된 사실이다. 사용편리성과 미적 아름다움이 겸비된 제품만이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논리는 가설단계를 넘어 사실로 발전해 있다.

TV를 비롯해 오디오, 전화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제품들은 사람의 손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집안 구조와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도 담당한다. 제품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주요소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기능보다는 디자인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신세대, 미시족 주부들이 제품 구매의 파워집단으로 부상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래 가전의 새 기류는 디자인의 개념을 넘어 인테리어다. 집안 꾸미기 전략 속에 가전제품은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도구가 된다. 가전제품들이 집안 구조를 결정지을 뿐 아니라 인테리어 도구로서 당당히 자리매김되는 것이다.

「새로 꾸미는 부엌은 티크무늬의 냉장고와 가스오븐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문화공간의 중심지라 할 거실은 광폭액정TV와 벽걸이형 오디오로 현대적인 감각을 살린다.」

다양한 재질과 색상으로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출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획일적인 색상의 제품이 인테리어 도구로 채택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색상은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힐 뿐 아니라 제품의 경쟁력까지 결정한다.

하지만 제품의 외양이 바뀌는 것만으로 인테리어 가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놓여지는 위치가 바뀌고 외양이 바뀌는 만큼 기능의 변화도 수반돼야 한다.

벽걸이형 스피커는 마치 벽지처럼 얇으면서도 기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벽에 부착되는 제품답게 벽면에 주는 충격은 최소화돼야 하는 것이다.

신제품에 채택하기 위해 업계와 학계에서 개발중인 신기술들이 모두 이 인테리어 개념에 맞춰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테리어 가전이 미래 가전의 새로운 기류로 자리잡음에 따라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인테리어 가전 개념을 도입한 신제품의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부 업체의 경우 이미 몇몇 제품들을 출시, 소비자들의 구매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 기업들 중 인테리어 가전 출시에 적극적인 업체는 LG전자.

이 회사는 색상과 디자인면에서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 가전제품들을 출시,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디오는 검은 색」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빨간 색과 녹색, 그리고 짙은 회색의 스피커를 양 옆에 부착, 벽걸이형으로 출시된 「F-191」 제품은 LG전자의 대표적인 인테리어 가전제품.

금록색과 금적색의 전자레인지 「리듬」도 색상과 디자인면에서 파격이 가해진 인테리어 가전 중 하나다.

LG포스터가 이달 중으로 출시할 벽걸이형 스피커도 인테리어 가전을 설명하는 좋은 예다. 거실 벽이나 방에 부착해 안방극장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제품은 제품두께가 3.2에 불과한 초박형 제품으로 색상과 외관 모두가 인테리어 도구로서 훌륭한 외형과 기능을 지니고 있다.

지난 10월 출시됐던 전자레인지 「요리박사」는 대우전자가 인테리어 가전의 개념을 도입해 새롭게 출시한 제품.

둥근 외형에 아이보리 색상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전자레인지가 요리기구로서뿐 아니라 부엌을 꾸미는 한 도구로서도 기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자레인지 말고도 대우전자는 인테리어 가전의 개념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냉장고 등에 주문형 개념까지 도입하고 있다.

대우전자는 이와 관련, 지난 95년과 96년 전자전에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게 무늬와 색상, 모양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주문형 냉장고를 출품했는데, 생산 및 판매에 대한 준비작업을 거쳐 오는 97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부엌가구 전문업체인 (주)한샘은 공간활용과 기능성을 중심으로 했던 시스템키친에 전문 인테리어 개념을 첨가할 목적으로 최근 인테리어 전담부서까지 신설했다.

오는 97년 1월 별도의 사업본부로 정식 발족될 한샘인테리어는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기능적인 공간설계와 독창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부엌용 가전시장을 공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인테리어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상규 상무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기능적인 공간설계가 주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인테리어 개념이 도입된 가전의 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