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소형가전산업 발전가능성 크다

白斗玉 통산부 전기공업과 서기관

최근 신문이나 TV 등 매스컴에서 면도기, 헤어드라이어, 커피메이커, 다리미, 토우스터 등 소형 가전제품의 수입이 급격하게 증가, 이들 외국제품에게 국내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형편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보도가 늘고 있다.

소형가전 제품의 수입이 본격화된 지난 93년부터 96년 상반기까지 이들 제품의 연간 수입 증가율을 살펴보면 전기면도기는 40∼80%, 헤어디라이어는 60∼2백20%, 커피메이커는 50∼2백80%, 토우스터는 70∼1백50%, 진공청소기는 40∼80%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가전 3사가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 분야에서 세계 도처에 생산 및 판매 법인을 설립,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대부분 보편적이고 단순한 기술을 이용해 만든 소형가전 제품이 국내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 같다.

소형 가전제품은 보통 응용하는 기술을 기준으로 전기밥솥, 다리미 등 전열기구와 믹서, 전기면도기, 선풍기 등 전동력 기구로 크게 분류되며 현재 국내에는 1백20여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수만도 5백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 업체들은 대부분 자본이 극도로 영세, 업계의 의견을 대변할 조직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정책수립을 위한 기초통계 자료를 구하는 것도 힘든 형편이다.

우리나라 가전산업은 가전3사가 주축이 되어 수요가 큰 대형제품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가전산업하면 대형 가전제품만 떠올렸지 소형가전이라는 말이 회자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가전3사들도 내수시장이 협소하고 다품종인 소형가전 제품의 개발은 오랫동안 관심권 밖에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다행인 것은 국내 가전3사의 소형가전 판매가 올해들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최근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한곳에 모아 전시한 TV 박람회, 우수 중소기업제품 홍보전 등에 출품된 스팀다리미 등 소형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간 것에서도 우리나라 소형 가전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가전제품의 특성은 일상의 의식주 및 문화생활의 양식과 관련을 갖고 발전한다는 것이다. 또 유행에 의한 대체수요도 높아 신제품이 개발, 시판되면 기존제품의 성능에 관계없이 새로운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이며 신제품 소유에 의한 자기과시나 자기만족 의식도 높아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도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소형 가전제품의 보급율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에 소형 가전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성장산업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또 필립스나 브라운 등다국적 기업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소형가전 제품을 공급할 경우 얼마든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산업부와 중소기업청은 11월중으로 소형가전 생산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 이를 기초로 우리나라 소형 가전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 및 발전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업체, 연구소, 정부가 우리나라 소형가전 사업의 발전대책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