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통신업체인 브리티시 텔레컴(BT)이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서비스업체인 MCI커뮤니케이션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현금과 주식 교환을 통해 이뤄질 2백20억달러 규모의 이번 합병으로 자본금 5백40억달러의 거대 통신업체가 탄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 통신업계는 조만간 밀려올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 2위의 통신업체 탄생과 동시에 세계시장은 본격적인 경쟁시대로 접어들 것이고 이에 따라 이익을 겨냥한 다른 업체들의 합병 등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우선 1조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통신시장을 분할하고 있는 도이치 텔레콤(DT)-프랑스 텔레콤(FT)-미국 스프린트 연합인 「글로벌원」을 비롯, AT&T-유니소스 등에 긴장감을 줄 만하다. 이미 MCI 주식 20%를 소유하고 전세계 72개국에서 4천3백만 가입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 매년 4백2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합작업체 「콘서트」를 운용중인 이들의 합병은 어찌보면 예정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적대적인 인수가 아닌 세계시장에서의 이익을 노린 합병쪽에 가까운 이번 거래는 「MCI의 노하우+BT의 자본」이라고 표현되는 것처럼 보다 유연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영역이 다소 겹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합병후 양사는 앞으로 5년 동안 25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우선적으로 미국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만큼 미국업체들에게도 위협이 되기에 충분하다.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비롯, 무선, 인터넷 등의 서비스를 제공중인 이들은 이번 합병을 통해 미국에서 지역 및 장거리전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BT는 미국상륙의 첫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AT&T와 맞대결을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2월 미국 연방통신법의 개정으로 자국내 전화시장장벽이 붕괴됨에 따라 MFS와 월드콤, 벨애틀랜틱과 나이넥스, SBC커뮤니케이션스와 퍼시픽텔레시스 연합군들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 AT&T는 BT라는 천군만마를 얻은 MCI의 추격은 가장 큰 두려움이다. 게다가 최근 사장을 임명, 새로운 체제의 시험대에 있는 AT&T는 임전태세를 갖추기도 전의 침공이 예상 밖의 부담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미국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은 AT&T의 로버트 앨런 회장에 충격을 주었을 것이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안팎으로 공격을 받게 될 AT&T는 세계시장에서 9천만 고객을 가지고 연간 5백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초조하다. 이번 합병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며 법에 호소할 것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양국 통신당국의 합병승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AT&T도 결국은 서비스경쟁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BT와 MCI의 합병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통신시장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