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브랜드의 제품을 확보하라.」
그동안 상표 없는 제품판매에 주력해온 일부 조립PC업체들이 「자가브랜드 갖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용산등 전자상가내 조립PC업체들은 최근 컴퓨터관련 부품 및 주변기기의 가격폭락으로 「저렴한 제품」으로서 조립PC의 장점이 약화되고 있다고 판단, 자가브랜드를 부착한 제품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립PC업체들은 브랜드제품 출시이후 소규모 주문생산 대신 규격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제품신용도와 이미지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이나 중견 PC업체들과 직접 제품판매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산 나진상가의 조립PC업체인 PC월드는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형태가 브랜드를 갖춘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고 판단, 올해 말까지 소규모 공장시설을 갖추고 자체브랜드 PC를 개발, 판매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공장시설 확보로 제품의 대량생산이 이루어질 것에 대비해 최근 자사와 거래하고 있는 조립PC업체들에게 이들 제품을 생산, 공급키로 하는 등 일반 수요는 물론 딜러시장의 수요처 개발에도 착수, 대기업과 맞대결할 계획이다.
지난 6월부터 「베스트원」이라는 PC를 생산, 판매해온 베스트윈컴퓨터도 주문방식의 무상표 제품을 판매했던 올해 초에 비해 월평균 40% 이상씩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자체 유통망에 공급물량을 대거 늘리고, 대전, 대구, 부산의 주요 전자상가를 대상으로 딜러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용산의 일개 조립PC업체였던 엑스정보산업의 경우 「엑스컴퓨터」라는 자체브랜드 PC를 출시한 이후 전국유통망을 갖춘 중견 컴퓨터업체로 성장했다. 엑스정보산업은 이미 학원가 수요시장을 중심으로 대기업 못지않게 주요 대학 및 학원에 멀티미디어시스템 구축사업을 따내고 있다.
이 밖에 강남 엘림시스템도 지난달 자체브랜드 PC를 출시했으며, 영등포 유통상가내 진컴 등 일반 주변기기 판매상가에서도 자체브랜드사업을 준비하는 등 조립PC업계에 브랜드확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엑스정보산업의 유진선 차장은 『90년대 초만 해도 컴퓨터 2대중 1대 정도를 판매해온 조립PC업체들이 최근 대기업 대리점으로 전환하거나 업종을 변경하는 등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며 『조립PC업체들이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자체브랜드를 갖춰 유통시장을 정면돌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