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술경쟁력 기반 조성

尹泰煥 LG전자 리빙시스템 연구소장

최근 각 신문의 경제면에는 선진국의 기술이전 회피, 국가간 기업특허 분쟁, 국제규격 분쟁 등 일련의 기술경쟁과 관련된 기사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는 국가간 기술경쟁이 단순한 선의의 경쟁차원을 넘어섰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국가간 노골적인 기술경쟁 추세에 비추어보면 우리도 국가경쟁력, 특히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체 기술개발을 시급하게 서둘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국내의 기술개발은 내수시장을 겨냥한 선진기술의 빠른 도입에만 치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별 문제없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근래의 국경없는 무한기술경쟁시대를 맞아 선진국이 일방적으로 책정한 높은 기술도입비를 지불하면서 기술을 이전받는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더 이상 국가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고유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된다. 특히 우리가 상대의 기술을 필요로 할 때 적어도 상대의 관심을 끄는 나름대로의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어야만 대등한 입장에서 기술협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술개발은 더욱 절실하다.

그러나 고유기술과 핵심기술의 개발은 쉬운 과제가 아니다.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또한 기초연구에서부터 응용연구를 거쳐 실용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인력과 여러 연구기관의 공동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최근 새로운 산업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초전도 분야가 좋은 예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하이케 케머링 오네스가 절대온도 4도에서 금속의 전기저항이 없어지는 현상을 처음 발견한 뒤 반세기가 지난 1961년에서야 그 기술을 적용한 실용적인 초전도 전선이 개발됐다. 이것은 인체내의 세포조직와 내장기관들을 볼 수 있는 자기공명 촬영기술의 밑거름이 되었다. 초전도 분야에 관한 부단한 연구는 1986년 IBM 과학자들에 의해 절대온도 34도에서의 초전도물질 개발을 이뤄냈고 그후 절대온도 94도 이상에서의 초전도체를 개발, 현재 20암페어를 초전도시킬 수 있는 1짜리 전선생산에 그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것은 에너지를 저장 및 전송할 수 있는 초전도 플라이휠로 개발돼 수십억달러 시장규모의 전력장비 분야의 핵심기술이 된 것이다.

1세기에 걸친 연구의 진행과 기술의 개발, 실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연구진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미국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연구개발 3주체인 산업체­학교­정부출연연구소의 상호 보완적인 연계관계가 핵심기술 개발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대부분의 기술개발이 각 연구기관 단독으로 진행되고 있고 3∼5년 정도의 단기성 개발인데다가 정부의 기술개발 투자지원도 전체 기술개발비용의 18%에 불과해 미국(42%), 독일(36%), 영국(35%) 등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무한기술경쟁시대에 경쟁력있는 고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중점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기간산업 및 핵심기술 분야를 선정, 이에 대한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지원과 산업체­학교­정부출연연구소의 연계를 위한 역할조정 등 기술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는 기반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