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기가D램 개발 성과

삼성전자가 「꿈의 반도체」로 불리는 1기가(G)D램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 개가를 올려 우리나라가 메모리 반도체기술의 세계 최정상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이번 개발은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이 메가(M)시대에 이어 기가시대에서도 세계 제일의 위상을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이 이번에 개발한 1GD램은 10억개가 넘는 셀이 완벽하게 작동하는 풀리 워킹 다이(Fully Working Die)로 NEC 등 일본 선발업체들도 아직까지 개발하지 못한 첨단제품이다.

2백56MD램보다 4배 이상의 성능을 갖는 GD램은 엄지손톱 크기만한 칩속에 신문지 8천장, 2백자 원고지 16만장에 해당하는 정보량을 기억할 수 있는 30나노(10억분의 1)초의 빠른 처리속도를 가진 대용량 메모리 반도체로 정지화상 4백장, 음성정보 16시간에 해당하는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1GD램은 이같은 용량과 성능으로 인해 디지털 혁명의 총아로까지 격상되고 있다. 컴퓨터 및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의 주기억장치, 멀티미디어 제품, 고선명(HD)TV는 물론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하는 동영상회의 및 원격의료시스템, 양방향 통신, 위성통신, 개인정보통합카드, 3차원 그래픽 등 21세기 고도 정보사회를 주도할 핵심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1GD램은 일본 NEC가 개발한 연구실 차원의 시제품을 뛰어넘어 즉시 양산에 투입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제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는 평가이다. 이번 개발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양산성과 수율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큰 수확이다. 생산기술이 뛰어나 수율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시장을 독점하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생산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수율은 각 업체가 극비로 취급하고 있어 정확한 수치가 발표되지는 않지만 우리 업계의 수율은 일본업체들보다 평균 5% 이상 높다는 게 정설이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와 집념은 실로 대단하다. 며칠전 LG반도체가 서울대와 차세대 반도체기술 개발협약을 체결해 G급 용량의 1천배에 달하는 테라비트(T)급 초미세 공정기술을 개발키로 한 것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신기술 투자열기를 읽을 수 있다.

반도체가 어디까지 발전할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 쓰임새가 갈수록 커지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능과 동작이 칩내에서 결정되고 제어되는 신경망 컴퓨터와 같은 구조를 가진 자기 증식칩과 현재의 반도체보다 지능이 1천배 이상 강화되고 고도의 판단기능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슈퍼 인텔리전트 칩이 나올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최근들어 반도체경기 회복을 예고하는 전망들이 잇따르고 있다. BB율 상승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 3월 0.79로 최저치를 기록한 BB율이 9월들어 거의 수요와 공급이 일치는 0.99선까지 올라섰으며 유럽과 일본의 경우 1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BB율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앞으로 메모리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종전과 같은 「폭리」를 취할 수는 없다. 이미 대만, 싱가포르 등 경쟁국이 뒤쫓고 있는데다 향후 발전단계로 보아도 황금기가 다시 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은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 반도체산업은 이번 GD램 개발성과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대를 마련해야 한다. 올해 갑자기 불어닥친 불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반도체업계는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사업을 비메모리분야로 다양화하면서 메모리분야의 신기술 개발에도 진력해야 할 것이다.